[사설] 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국민은 참담하다

2025. 8. 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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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운데)가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밤늦게 구속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 “증거 인멸 우려 있다”며 김건희 구속영장 발부


모조품 샀다던 명품 목걸이, 서희건설 “구입해 전달”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유를 떠나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어제(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범죄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실질심사를 마친 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여사 측은 소환 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도주할 이유가 없으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정권에서도 영부인을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김 여사처럼 전방위적인 의혹이 제기된 적은 없다. 공천 개입 의혹을 비롯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명품 가방 및 목걸이·시계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다양하다. 김 여사 측은 2022년 6월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 상당의 명품 목걸이는 15년 전 산 모조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서희건설 측이 이를 구입해 김 여사 측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금방 드러날 거짓 해명을 했으니 구속은 자업자득이다. 대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는 명태균씨는 윤 전 대통령을 ‘장님 무사’, 김 여사를 ‘앉은뱅이 주술사’에 비유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무사를 조종하는 것은 주술사라는 얘기다. 명씨의 말을 전부 믿기는 어렵지만,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김 여사 본인이 말한 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보통 한 범죄에 부부가 연루된 경우 두 사람을 한꺼번에 구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선을 넘었다. 김 여사는 “내조에만 전념하겠다”던 대선 전 약속을 어기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책임을 져야 한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며 적용된 혐의도 의혹의 일부다. 다른 의혹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마침 어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김예성씨가 베트남에서 자진 귀국해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김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가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와 신한은행으로부터 184억원을 부당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투자 과정에 김 여사나 일가가 개입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김 여사는 국민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이후 수사와 재판에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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