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폭탄`에 `역전세` 덮친 대구, 더 큰 문제 온다는데…[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미분양 누적에 역전세 겹친데 이어 '입주 폭탄' 대기 중
'1순위 청약경쟁률 0.1대 1'
안녕하세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오늘은 함께 대구로 가보실까요.
서두에 언급한 내용은 대구에서 올해 처음으로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온 분양 현장입니다. 달성군 다사읍 '대실역 블루핀'이 지난 5월 분양일정에 나섰지만 분양참패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34가구를 모집했는데 2순위 접수까지 합치면 그나마 10건으로 늘어나긴 했습니다만 계약 난항이 예상됩니다.
'아니 물량이 그리 많아보이지도 않은데 무슨 사서 걱정이냐'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대구라는 점인데요, '전국 미분양 세대수 1위' 타이틀을 꽤 오랫동안 수성하고 있는 도시라 미분양 추가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현장 직전에 분양한 곳도 여전히 미계약 상태입니다. 입주자 모집공고가 작년 12월 말에 나와 올해 초 청약을 받았던 동구 신청동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481세대)은 1순위 청약에 10건만 접수되면서 미분양 증가에 당당히(?) 한몫을 한 바 있습니다.
앗 대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장이 있죠. "시행사가 분양률을 속였다"며 계약 취소를 요구하던 수분양자가 모델하우스 모형도에 의자를 던졌던 사건으로 유명해진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607가구)인데요,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터라 준공후 미분양인 '악성미분양' 리스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미계약분을 털기 위해 현재 17~25% 특별(?)할인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대구 미분양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1만3000가구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에 따르면, 4월 기준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1만3028가구로 전국 미분양(7만1365가구)의 18.2%를 차지합니다. 미분양이 3월 대비 171가구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 1위라 '전국 주택시장 반등은 대구 미분양 해소 시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하네요.
자치구별 미분양주택 수는 남구(3080가구)과 수성구(2449가구), 달서구(2436가구)에 몰려있고, 동구와 북구, 중구도 1000가구를 훌쩍 넘습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671가구)에 집중됐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대구시는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매입임대사업 도입 △청약 위축 지역 지정 활성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완화 △대출금 거치기간 부활 등 대책 마련을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1월에는 아예 신규 주택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구요.
신연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구는 미분양 사태 중심에 있고 주택경기 변동에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이라며 "대구 주택경기 지표가 의미있는 상승전환을 보여주는 시점이 주택경기가 진짜 반등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은 역전세난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호갱노노 통계상 14일 기준으로 한달간 신고된 대구 전체 전세거래는 1591건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16건이 하락 거래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실제 수성구 중동 수성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2층)는 5월 초 2억8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이며 직전 거래대비 9000만원의 보증금을 내줘야 했습니다. 남구 봉덕동 대구앞산비스타동원 전용 84㎡(18층)의 경우 4월 말 2억6000만원에 전세거래 신고를 하면서 1억 6000만원의 역전세가 났네요.
아니 시장이 이런데 미분양 건설사들 자체 노력은 안하느냐. 아닙니다 미약하게나마 하고는 있습니다. 동구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850가구)와 수성구 '시지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667가구) 등 일부 현장이 '민간임대전환' 카드를 사용해 최근 대구 미분양이 아주 소폭 줄었거든요.
예전에도 이런 난관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으시다면 2008~2009년을 떠올리신 듯 합니다. 분양시장 침체로 대구 미분양이 2만1000여세대까지 폭증하자 건설사들은 '할인분양'이나 '전세전환' 등 극단의 카드를 꺼냈었죠. 효과가 있었는지 2011년 9월 겨우 만 세대 아래(9861세대)로 떨어지면서 진정되는 듯 보였지만, 할인분양 여파로 건설사는 물론 수분양자들까지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분양 현상은 과거와는 좀 양상이 다르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2008년 당시 미분양은 상당수가 준공 후 미분양이라 전세 전환이나 할인분양 등의 분양 마케팅을 쓸 수 있었지만, 최근의 미분양 물량은 분양 후 아직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아 파격 마케팅을 꺼낼 시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전환도 2009년 상황과 거리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건설사가 직접 전세를 놓았기 때문에 선순위 채권이 없어서 전세 전환이 수월했다는데요. 반면 최근 전세전환 단지들은 대부분 시행사가 위탁자, 신탁사가 수탁자로 되어있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전세계약을 신탁사와 해야하는 구조'가 되어버려서 1순위 채권을 금융기관이 선점해 전세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아이고 머리야. 복잡하네요.
아무튼 그럼 미분양과 역전세만 해결되면 되겠느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미분양·역전세난 이중고가 겹친 대구 주택시장에 한층 더 무거운 문제가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상태입니다. 조만간 집들이를 시작할 '폭탄 수중의 입주물량'이 그 주인공인데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적정 수요 대비 2배 이상의 물량이 꾸준히 공급, 최근 이 단지들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전망입니다.
2022년부터 내년까지 대구에는 7만8000세대의 입주할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3년간 입주 물량이 지역 내 적정 수요의 6년치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그나마 전세시장이 정상적이라면 어느 정도 입주가 가능하겠지만, 최근 역전세와 깡통주택 우려가 커지고 있는터라 미입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미분양과 달리 미입주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게 나타난다. 분양 당사자의 신용 불이익은 물론 시행사나 건설사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라며 "금융기관도 중도금 대출 상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나마 최근 일부 현장에서는 서울의 집값 반등 소식에 힘입어 살짝 분위기 전환되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미분양이 워낙 많은 지자체라 '살짝' 수준이 아닌 '거대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해보입니다. 그럼 이번 시간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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