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이 체납한 세금 63억원에 가로막힌 경매 절차… 해법 나올까

심윤지 기자 2023. 4. 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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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임대인이 체납한 조세채권(세금징수권리)을 임대인이 보유한 모든 부동산에 고르게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1139채를 보유했다가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42) 피해자들이 경·공매를 통해 보증금의 일부를 회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김씨가 사망 직전까지 체납한 세금은 63억원에 달했는데, 피해자들은 이를 대신 갚기 전까지 경매 절차를 개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전경. 한수빈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는 27일 발의할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에 임대인의 조세채권 안분 방안을 담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인이 세금 10억원을 체납하고 주택 100채를 소유했다면, 임대인 명의의 조세채권을 주택 1채 당 1000만원으로 ‘n분의 1’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절차를 유예·중단했는데, 이는 인천 미추홀구 남모씨 피해자들의 퇴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들은 대부분이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 집에 들어간 임차인들이라, 경매에서 제3자가 낙찰을 받게 되면 그 즉시 대항력을 상실하고 퇴거해야 한다.

반면 화곡동 김씨 피해자들은 상황이 달랐다. 대부분이 선순위 임차인이라 낙찰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보증금이 낙찰가보다 높아 경매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없기 때문에, 피해주택을 하루 빨리 ‘셀프 낙찰’을 받아 보증금의 일부라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김씨 피해자들이 경매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전세계약 전 김씨가 체납한 각종 세금이 문제였다. 정부가 조세채권을 먼저 배당해가면 임차인에게 돌아가는 돈이 한 푼도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임차인의 경매 신청을 임의로 취소(무잉여 기각)하던 상황이었다.

정부는 4월1일부터 거주하는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도 임차보증금을 세금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을 개정했지만, 이 역시 상당수 피해자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은 이후 발생한 국세(지방세 제외)만 우선 변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빌라왕 김모씨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김씨는 체납한 당해세(종합부동산세 등 주택에 부과된 세금)은 약 63억에 달한다. 2020년 12월11일 2억5000만원, 2021년 11월19일 60억원(납부기한 2021년 12월 30억원, 2022년 6월 30억원)이 고지된 상태다. 피해자대책위원회는 김씨의 체납 세금때문에 경매를 할 수 없는 피해자가 200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세채권을 쪼개지 않으면 피해자들 간에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경매 절차가 먼저 끝난 주택의 매각대금으로 조세채권을 갚기 때문에 경매가 뒤에 진행되는 임차인일 수록 더많은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때문에 김씨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조세채권의 안분을 요구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안에도 조세채권 안분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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