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전세살이]⑨집주인 사망, 내 보증금 어쩌죠?
상속인에 임차권등기후 HUG에 이행요구
보증보험 없으면 지급명령 또는 청구소송
지난해 말부터 전국 세입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빌라왕'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 수백~수천 가구를 사들인 뒤 깡통 전세를 양산한 임대인이 사망하면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공포가 커졌는데요.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해도 임대인이 사망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들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 경고등을 울렸죠. 관련 제도가 개선된 지금은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요.
임대인 사망? 상속인을 찾아라!
전세 계약 종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경우 바로 해야 할 일이 '임차권등기명령'이죠. 그래야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거든요.▷관련기사:[똑똑한 전세살이]⑧보증금 받기 전까진 '내 집'…3가지 안전장치는?(3월20일)
보증기관(이하 HUG 기준)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이행 청구도 첫 단계가 임차권등기명령이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죠. 전세 계약 만료일 바로 다음날부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요.
임대인이 사망해 그 신청 대상이 사라졌다면 '상속인'을 찾아야 합니다. 임대차주택의 경우 법적으로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까지 받게 되거든요.
그러나 임차인이 상속인을 찾아서 소유권 이전 등기(대위상속등기)를 해야만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었던 점이 걸림돌이었죠. 그 과정에서 시간도 비용도 많이 소요돼 임차인들을 두 번 울렸죠.
보증보험에 가입해 보증료까지 냈는데도 그 혜택을 누리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었고요.
이에 정부가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등기 없이도 세입자가 집주인의 상속인을 상대로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 한 상태예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임차권등기명령 조항 준용규정에 '가압류 진행은 채무자에게 재판을 송달하기 전에도 할 수 있다'는 민사집행법 제292조제3항을 추가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무회의 문턱을 넘었거든요.
임차권등기명령 송달 절차도 간소화했어요. 기존엔 두 번이던 직권 재송달 절차를 한 번으로 줄여 송달 불능 상태임이 확인되면 사유에 따라 곧장 공시송달이나 발송송달할 수 있게 했죠.
이제 세입자는 집주인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사망 사실과 상속인 전원을 알 수 있는 서면을 첨부하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됐는데요.
만약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라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후 법원에서 등기 결정을 내려 해당 내용이 등기부등본상 기재 완료돼야 HUG에 보증 이행 청구를 할 수 있는데요.
이후 HUG가 보증이행심사를 한 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합니다. 심사 항목은 △임차인 대항력(전입신고, 점유) 유지 여부 △이행청구금액의 적정성(임대인의 이의제기 등) △우선변제권의 확보 여부(보증금반환채권 양도 등) △기타 보증약관 위반사항 등이고요.
다만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후 등기 결정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만약 임대인이 특수 관리를 받는 다주택 채무자라면 HUG의 '사전심사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임차권 등기 결정을 받기 전에 사전 심사를 받아서 소요 시간을 좀 앞당기는 거죠. 이렇게 되면 절차가 '사전 심사→임차권 등기→이행 청구→이행' 순이 되고요.
HUG 관계자는 "통상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후 등기 결정을 받기까지는 2~3주 걸리지만 최근 빌라왕 사태 등으로 전세금미반환 사례가 많아 법원별로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임대인이 HUG의 채권 회수 전담 TF에서 관리하는 다주택 특수 채무자의 경우 사전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증보험 없고, 상속 거부 당하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도 방법은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함께 상속인 중 한 명에게 전세금반환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건데요. 지급명령신청은 변호사 등의 도움 없이도 온라인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상속인이 지급명령서 송달을 받고 14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강제집행 할 수 있어요.
강제집행이라고 바로 되는 건 아니고요. 집행권원 확보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부동산 경매, 채권 압류 등이 가능해지죠.
만약 상속인이 이의 신청을 한다면 전세금 반환청구 소송으로 진행해야 하는데요. 이 때는 변호사도 선임해야 되고 소송인 만큼 좀 더 소요 시간이 길어지겠죠.
상속인을 특정하기 어렵거나 상속을 거부하는 경우도 보증금 반환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될 가능성이 높아요. 법률상 상속절차가 마무리돼야 집주인의 권리와 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되기 때문이죠.
모든 상속인이 상속을 거부한다면 '상속재산관리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요.
상속재산관리인이란 상속인이 없거나 여럿일 때 상속재산의 관리 및 청산을 위해 가정 법원이 선임하는 관리인인데요. 상속재산관리인은 집주인의 재산을 처분해 마련한 매각대금으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고요.
여러모로 방법은 많지만 경우의 수도 많아서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을 텐데요. 그래도 보증금을 되찾으려면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절차를 꼼꼼히 살펴봐야겠죠?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상속인이 여러 명이거나 집주인의 채무 및 보유한 재산이 복잡하다면 상속절차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아울러 상속은 피상속인(사망한 집주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어요.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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