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가 부동산 시장 좌우할 듯”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값은 하락을 넘어 거래가 통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값 경착륙을 막기 위해 1·3 대책을 발표했다. 1·3 대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급락하는 부동산값 막기 위해 내놓은 규제 중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다 풀었다.
현재 부동산 상황과 함께 1·3 대책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 지난 17일 이성영 토지정의 센터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2023년 새해 현재 금리 인상 등으로 아파트값은 폭락했는데 거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잖아요. 지금 부동산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크게 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가격 상승 사이클이었고 지난해 미국이 금리 인상을 가파르게 시작하면서 하강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간 경제성장률이나 소득상승률과 부동산가격 상승률의 괴리가 크다 보니 소득 대비 가격이 충분히 조정받을 때까지 쉽게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긴 쉽지 않을 거예요. 정부가 내는 정책들 보면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착륙 우려가 엄청 큰 것 같아요.”
- 경착륙했을 때 우려가 뭘까요?
“집 살 때 대출받아서 사신 분들이 대부분이잖아요. 대출은 집값이 떨어져도 갚아야 하는 거니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원금이 거의 손실되는 거죠. 자산이 감소하면 가계 소비도 위축되고요. 너무 급하게 하락하면 은행의 대출에서도 손실이 발생해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고, 건설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경기 침체 가속화 등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확산하다 보니 급격한 가격 하락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다 막으려고 하죠. 경착륙의 정도를 어느 정도로 인식할지, 경착륙 예방 대책의 수준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요.”
- 그러나 지금 집값이 너무 높은 건 사실이잖아요.
“집값이 높은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가격이 급하게 하락해서 거품 붕괴가 일어나면 경제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서서히 가격이 빠지는 연착륙을 모색하는 거죠.”
- 2008년인가요. 아파트값 하락하던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규모나 하락 속도로 보면 지금이 더 심각한 상황이긴 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버블세븐 지역인 강남 3구,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중심으로 급등했다가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거든요.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2008년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하락 속도도 완만하지만, 최근에는 전국이 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요.”
- 지금 부동산 가격은 언제와 비슷해요?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으로는 서울은 2020년 하반기로 돌아갔고, 전국으로는 2021년 상반기 수준으로 보입니다. 공급물량이 많은 인천, 대구 같은 지역은 더 많이 빠졌고요. 지난 2년의 부동산가격 상승은 유동성이 끌어올린 가격상승이라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줄어들면 당분간 더 가격이 하락하겠죠.”
“전세 사기. 올해 정부가 집중해야 할 부동산 과제”
- 아파트값 폭락 원인은 금리 인상이 큰 것 같아요. 그럼 금리 인상 이외의 문제는 없을까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흡수가 가장 큰 요인이고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 자체가 폭락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고금리 국면이라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들은 청약 경쟁률이 높거든요. 금리가 높아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괜찮다 싶으면 집을 사는 거죠. 그리고 경기 침체도 하나의 요인이고요. 부동산 시장도 결국 경제의 한 영역이라서 경기 침체가 일어나고 있는데 경기 하강 국면에서 부동산 시장 홀로 호황을 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이 올해 언젠가 인플레이션 잡고 금리 인상 멈춘다고 해도 경기 침체 벗어나지 못하면 부동산 시장 활황은 당분간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 최근 전세 사기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깡통전세로 인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사기 문제는 올해 정부가 집중해야 할 부동산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사기의 피해자들은 지난 부동산 상승기에 토지 불로소득을 전혀 얻지도 못한 청년, 신혼부부들이 대다수인데 갭 투기의 피해는 이분들이 고스란히 다 받고 있잖아요.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죠.
문제는 23~24년에 발생할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사기의 규모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전세가격이 가장 높았던 때가 2022년 상반기거든요. 22년 상반기에 전세 계약했던 사람들이 2년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 24년 상반기거든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는 깡통전세로 인해서 발생하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사기 규모가 지금이랑은 비교할 수가 없을 거예요. 아마 지금 문제가 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2020년 하반기에 계약한 사람들이란 말이죠. 2020년 하반기는 전세가격 상승 초입이거든요.
전세 사기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근접하거나 상회하는 깡통전세에서 일어납니다. 깡통전세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청약 대기 임차 수요가 많고 가격 평가가 불투명한 저층 주거지의 특성도 있지만 정부의 전세 임차인 보호정책인 전세자금 대출과 전세 보증보험 역할이 큽니다. 깡통전세에 들어가는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대출해주는 전세자금 대출과 전세보증금 전액 보호받는 전세 보증보험을 소개해주면서 전세보증금 염려할 것 없다고 부추기거든요. 그러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같거나 오히려 높게 형성됩니다. 전세자금 대출과 전세 보증보험 제도를 개편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깡통전세는 계속해서 나올 수 있습니다.”
- 대부분 전세 사기가 빌라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데 빌라와 아파트의 차이가 뭔가요?
“전세가가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높은 깡통전세가 빌라에 집중되기 때문인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가격상승률이 높지 않아 매매보다는 임차 수요가 많고,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청약을 준비하는 청년, 신혼부부들이 임차 수요로 많이 유입됩니다. 그리고 아파트와 달리 저층 주거지는 가격 평가가 어렵다는 점이 아파트에 비해 빌라에 깡통전세가 많이 생기는 원인입니다.”
- 서울 강남 3구 제외한 규제를 다 푼 이른바 1·3대책이 발표됐죠. 이에 대해 둔촌 주공 구하기 대책이라는 평가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정부가 정책 낼 때 둔촌 주공 분양을 염두에 뒀을 거예요. 정책 내용을 봐도 둔촌 주공 맞춤형이긴 합니다. 강동구 규제 지역 해제, 분양가 상한제 해제,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규제 폐지가 다 둔촌 주공 분양에 유리한 요소이거든요. 둔촌 주공을 염두에 둔 이유는 둔촌 주공 미분양이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공사비만 4조 3천억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데 여기서 만약 대규모 미분양이 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도 자금 경색 위기가 올 수 있고요. 둔촌 주공마저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대한민국 전체 아파트 단지들의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래서 둔촌 주공 분양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고려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1·3 대책으로 부동산 오를 가능성 없어”
- 1·3대책 나오고 어느 정도 거래가 있나요?
“거래 효과가 그리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1·3 부동산 대책으로 매도자들은 부동산시장이 반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급매로 내놓았던 물건들을 회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고요. 반면에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빠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거래 희망 가격이 맞지 않거든요. 이렇게 되면 오히려 거래가 더 위축될 수도 있고요.”
- 이번에 규제 풀어서 아파트값 오를 가능성 있을까요?
“정부도 그걸 기대하지는 않는 것 같고요. 시장도 이 정도 대책으로 가격이 다시 오를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금리 인상이 멈추지도 않았고, 거래절벽도 계속 유지되는 상황이고요. 올해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라서 이번 규제 완화로 가격을 다시 오를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요.”
-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보세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1주택 실수요 우대, 다주택 투기 수요 억제’였는데 윤석열 정부는 ‘2주택 우대’인 것 같아요. 지난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세법 개정안 보면 2주택까지는 종부세 중과를 폐지했고요. 1·3 대책에서도 1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되어도 기존 주택을 팔지 않아도 되게 바꾸었고요. 두 채를 갖고 있어도 된다는 얘기죠. 주택소유자도 무순위 청약 신청도 허용해주었고요. 최근에는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 처분 기한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어요. 문재인 정부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부동산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가구 분할이든 뭐든 방법을 사용해서 1주택자로 포장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똘똘한 두 채’를 추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쉬운 점은 부동산 하락기가 시장 질서와 원칙을 세우기 참 좋은 시기이거든요. 불합리한 규제는 걷어내고 일관되게 밀고 나갈 부동산 시장의 원칙과 주거 안정 정책만 남겨서 부동산 시장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요. 지금은 경착륙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커서 그런지 주택 시장의 원칙과 타이밍 고려하기보다는 조급하게 정책을 던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지난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미분양주택 매입’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시장 상황이 상당히 어렵고 거시경제까지 여파가 미치겠다 싶으면 미분양 주택 매입도 검토해 볼 수 있는 사안이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정도 상황에서 나올 만한 이야기는 아닌데 원칙 없이 너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려고 하고 가격을 떠받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왜 그럴까요?
“경착륙에 대한 공포가 커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해관계 문제도 있겠죠. 윤석열 정부에 관여하는 부동산 정책 담당자나 조언하는 분들이 건설사나 다주택자들에게 더 편향적인 점도 있겠고요.”
“윤석열 공약 지키면 집값 더 가파르게 떨어질 듯”
- 건설사의 줄도산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건설사가 도산할 경우 아파트값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
“건설사가 도산하는 이유는 미분양 때문이에요. 분양이 안 되면 사업비 회수가 안 되니까 건설사가 망하는 건데 앞으로 미분양이 많이 늘어나겠죠. 기존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유지되긴 어려우니까요. 앞으로 할인 분양도 할 테고, 그래도 안 팔리는 지역은 미분양이 많이 생길 겁니다. 그래서 망하는 건설사도 나오겠죠.
그런데 건설사가 파산한다고 아파트 가격이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집값이 하락해서, 미분양이 급증하고, 미분양 급증으로 건설사가 망하는 흐름이 될 겁니다. 건설사가 망했다고 집값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선후 관계가 바뀌어서 집값이 떨어지면 미분양 많이 생기고 건설사가 망하는 흐름이 될 것 같습니다.”
- 공급이 안 되면 아파트 값이 올라갈 수도 있지 않나요?
“공급이 안 되면 아파트 값이 올라갈 수 있지요. 근데 그건 한참 뒤에 부동산 상승 사이클이 돌아오면 나올만한 이야기이고요. 지금 집이 안 팔린다는 건 집을 사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되었다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지금은 공급 부족 걱정이 아니라 공급 과잉 걱정을 하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0만 호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70만 호를 얼마나 줄일지 고민하고 있을 거예요. 270만 호 공급했다가는 집값이 더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관전 포인트 짚어주신다면요,
“아마 올해는 전세가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올해도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역전세, 깡통전세가 많이 생길 거예요. 역전세, 깡통전세로 전세 보증금 미반환하는 집들은 경매로 많이 나올 테고요. 나온 경매 물량들이 집값을 더 끌어내리게 되는 악순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으로 나오는 경매 물량들이 집값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끌어내릴지가 가격 흐름에서는 주요한 포인트일 것 같고요.
가장 큰 문제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사기가 오피스텔, 빌라 등에서 대규모로 나올 텐데 피해자들은 대부분 청년, 신혼부부 같은 사회 초년생들이 될 겁니다. 경매로 전세보증금 일부를 돌려받는다고 해도 전세자금 대출 상환하면 자기 자본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나올 거예요. 전 재산의 절반을 잃는 경험을 하면 삶의 의욕이 생길 수 있을까요? 정부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사기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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