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투자에 동네 쑥대밭…외지 투자자 떠나자 집값 뚝

조성신 2022. 11. 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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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의 주은청설 아파트 [사진 = 부동산R114]
한때 수도권 읍·면 지역과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불붙었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매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만802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지인 매입은 4249건으로 전체 거래의 23.6%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의 약 23%가 해당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거주자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미다.

9월 전국 외지인 매입 비율은 2020년 11월 23.5%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외지인 매입 비율도 증가세를 보였다. 집값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하반기에는 9월 한때 수치가 33.8%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시장 매수 심리는 빠르게 위축했고, 외지인 매입 비중도 빠르게 감소했다. 지난 4월(30.6%) 연중 정점을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올해 전국 집값 변동률은 10월 4주 차까지 -2.49%다. 지난해 동기(11.79%) 대비 대폭 하락했다. 전북, 강원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현재 대부분 하락세다.

특히 외지인이 떠난 지역의 가격 하락은 더욱 두드러졌다. 일례로 경기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주은청설 전용 49㎡는 지난달 1억 3000만원(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거래돼 작년 고점(9월·2억 원)보다 가격이 7000만원(35.0%)이 하락했다. 이 주택형은 2020년만 해도 최고가가 1억 18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외지인 투자 수요가 급격히 유입되며 가격이 두 배가량 올랐다.

해당 아파트는 작년 기준 모든 주택형이 공시가 1억원 이하인 단지로 외지인 수요가 몰리며 ‘저가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던 곳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은 고층 기준으로 39㎡가 5780만원, 49㎡가 6980만원, 59㎡가 9000만원이었다.

2020년 7·10 대책에 따라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최고 12.0%) 대신 기본세율 1.1%만 적용되면서 외지인 수요가 급증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49㎡와 59㎡의 공시가격이 각각 1억1000만원, 1억3500만원으로 1억 원을 초과해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 때 규제 풍선 효과로 수요가 몰렸지만 최근 시황 악화로 외지인 수요가 이탈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거주자의 원정 매입도 감소했다. 지난 9월 서울 거주자의 다른 지역 매입 비울은 5.6%에 불과했다. 연중 고점(8.2%) 대비 2.6%포인트(p) 감소했으며, 2019년 6월 5.4%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상경 투자도 우하향하고 있다. 전국 단위나 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보다는 감소폭이 적었지만, 추세적으로 내림세는 같았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총 856건 중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 거주자의 매입은 183건으로 서울 거래의 21.4%를 차지했다. 6월(19.6%) 이후 가장 높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2%p 낮은 수준이다.

서울에서도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외지인 매입 비중이 크게 줄었다. 지난 9월 강남3구 거래량 233건 중 외지인 매입은 38건으로 매입 비중 16.3%를 기록했다. 서울 평균보다 5%p 이상 낮다. 강남3구 외지인 매입 비중은 올해 3월 38.1%를 기록한 이후 지난 6월 11%대까지 하락했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에 부동산 시장 심리가 크게 위축, 원정 투자 감소세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전문가 상당수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지역 해제 조치로 투자 심리가 소폭 살아날 수 있으나, 제한적이라고 전망한다. 규제를 풀어도 당분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작아 투자보다는 관망하는 움직임이 늘 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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