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체납세금에 내 보증금이 날아간다면

이상원 2022. 9. 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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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집주인의 금융 채권뿐만 아니라 세금체납 여부도 임대차계약 시 중요한 체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월세 보증금을 낀 갭투자자들이 보유세 등 세금을 체납하다가 부동산이 압류당하거나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보유세부담이 급증하면서 관련 세금의 체납액도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체납액은 5628억원으로 2020년 2800억원의 갑절을 훌쩍 넘었다. 다주택자 종부세율 인상과 종부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급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렇게 집주인이나 건물주의 체납세금이 부동산의 매각으로 이어질 때 더욱 커진다.

집주인 세금 탓에 떼인 보증금만 수백억

세금이 장기간 체납되면 국가(국세)나 지방자치단체(지방세)에서는 부동산 등 자산을 압류하게 되는데, 압류자산이 매각되더라도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는 세금을 충당하는 것보다 후순위로 밀려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자료를 보면 세금체납에 따른 부동산 공매로 세입자가 회수하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2017년 이후 2021년까지 5년간 350억원이 넘는다.

2017년 52억5000만원이던 미회수 임차보증금은 2021년 갑절 수준인 93억6600만원을 넘었다.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2022년의 경우 1~7월간 통계만으로 무려 122억1600만원의 임차보증금이 미회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확정일자도 소용없는 재산세·종부세 체납액

이렇게 집주인의 세금체납이 임차인의 보증금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부동산 매각대금의 배당순위에서 조세채권이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특히 체납세금 집행목적물인 부동산에 직접 부과된 국세와 지방세 채권은 '당해세'라고 해서 일반채권보다 우선적으로 징수된다. 

임대차계약 해당 부동산의 가치를 과세표준으로 직접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부동산을 상속증여받은 경우 부과되는 상속세와 증여세 모두 이런 당해세다.

당해세는 납세자가 갖고 있던 은행채권은 물론 납세자가 임대차계약으로 보증금을 받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반환청구권보다 우선한다.

예컨대 전세보증금이 있는 부동산을 상속받았지만 상속세를 체납한 경우, 상속 이전에 발생한 전세보증금보다 상속세 체납액을 우선 떼어가게 된다. 재산세나 종부세 역시 마찬가지다.

그밖에 신고납부하는 세금인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도 납세고지서나 납부통지서를 발급한 후 납기가 끝나지 않았다면 조세채권이 임차보증금보다 우선해서 배당된다. 사실상 모든 체납세금이 보증금에 앞서는 셈이다.

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변제는 말 그대로 소액만 구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보증금은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소액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계다.

주택가격과 임차보증금의 금액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에도 1억5000만원 이하의 소액임차보증금에 대해서만 혜택이 있고, 그마저도 최대 5000만원까지만 우선변제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지방의 경우 소액임차보증금 대상이 되는 기준은 6000만원 이하로 떨어지고, 우선변제금액도 최대 2000만원으로 아주 낮다.

이렇게 제한적으로 보호해주는 소규모 임차보증금 외에는 모두 체납세금이 우선하는 것이다.

미납세금열람제도로 밀린세금 확인가능…현실성은 떨어져

세입자가 건물주나 집주인의 밀린세금을 확인하는 방법은 있다. 미납국세열람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인데, 이 역시 임대인의 서명이나 도장날인이 된 신청서와 임대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증빙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사실상 을의 입장인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증명서를 달라고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세금체납여부를 세입자에게 확인시켜주지 않으면, 중개인과 집주인 모두 과태료를 물도록 하는 법도 시행중이지만,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집주인에게만 해당되는 한계가 있다.

설사 당장 미납세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임대인이 계속해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것은 담보하기 어렵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물론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은 매년 수시로 부과되는데 세입자가 그 때마다 남의 세금을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증보험, 그나마 현실적이지만 잘 따져 가입해야

집주인의 체납세금 위험을 그나마 확실하게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보증보험을 들어 두는 것이다.

보험회사에서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주고, 세입자를 대신해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받는 형태의 보험이다.

SIG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이 있다.

단, 전세금 보증보험은 보험료나 보증료를 낸 이후 이를 담보로 전세금을 보호받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보험료처럼 월별로 나눠서 내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각 보증보험마다 보증료(보험료)와 신청기준 보증금 규모, 가입가능 시기 등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을 잘 따져본 후 가입해야 한다. ▶관련기사 : [보푸라기]'깡통전세' 막는 보증보험 활용팁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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