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부동산]⑤ 호남·제주도 약보합 전망.. "투자수요가 관건"
광주, 공급 많아 분양 미달 우려도
외지인 투자 멈춘 제주도 당분간 약보합 계속
[편집자주]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다. 작년 추석 즈음만 하더라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무주택자의 시름이 깊어만 갔는데, 최근엔 분위기가 영 다르다. 금리는 오르는데 집값은 내리기 시작하며 이제는 주택 보유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집 사기를 보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주택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까. 부동산 시장 흐름을 권역별로 짚어봤다.
올해 호남 부동산 시장은 전국을 강타한 거래절벽 속에서도 얼마 전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특히 전주와 군산 등 전북지역은 지난달까지도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결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거래절벽과 하락세 전환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제주 집값 추이도 비슷하다. 전국 집값이 내리는 와중에도 국제학교 수요 등에 따라 상승세를 유지해오다가 최근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호남이나 제주나 올 연말까지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투자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분위기가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 전국 하락장에도 나홀로 상승했던 전북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1주(5일 기준) 전북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북 아파트값은 8월 마지막 주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는데, 2020년 6월 첫째 주(-0.02%)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전북은 최근까지도 상승세를 유지했던 곳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올해 군산의 입주 물량은 993가구로 적정 물량인 1318가구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 전북은 전주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비규제지역으로, 대출이나 청약, 전매 제한 규제에 자유로워 청약시장 분위기도 양호한 편에 속했다.
2017년 문을 닫았던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이 조선업 호황을 맞아 내년부터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한 것도 기업 투자 측면에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점,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등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방은 기업 업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기업 실적이 좋아야 직원 확대 등의 움직임이 나오고 이런 분위기가 주택시장 활황까지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전북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말까지 하향 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남 지역도 연말까지 상승 기대감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달 전 조정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됐던 여수, 순천, 광양 지역도 반등을 기대하긴 힘든 분위기다.
이는 역시 금리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몇년처럼 무조건 오르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5% 이상의 이자를 내면서까지 집을 매수하려는 공격적인 투자자가 많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 공급이 작년 대비 2배…광주 집값도 연말까진 약세
호남의 중심 광주는 당분간 공급 물량도 전년 대비 많은 편에 속해 사정이 더 좋지 않다. 광주의 아파트 공급량은 올해 특히 늘어날 예정이다. 광주는 2018년 7027가구가 공급된 데 이어 2019년 1만361가구, 2020년 1만524가구까지 늘었다가 2021년에 5203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는 1만3027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다. 상반기에는 5500여 가구가 공급됐고, 하반기에는 더 많은 7700여 가구가 예정돼 있어 시장의 냉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 랩장은 “금리인상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동구와 북구, 서구 등 평년 대비 공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과 가격 하락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시장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광주 지역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7.2대1이었는데 올해는 5.8대1에 그쳤다. 함 랩장은 “경우에 따라 미달나는 단지도 있을 것”이라면서 “공급이 많은데 집값이 강세로 돌아서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 제주 집값 반등하려면 투자·이주 수요 살아나야
제주 역시 외지인들의 매수세가 줄어들자 예외없이 거래절벽 위기에 처했다. 9월 1주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하락했다. 4주째 내림세다. 투자에 나서는 외지인도 줄었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제주도 서귀포시 외지인 거래량은 지난해 7월 34.5%(113건 중 39건)였지만 올해 7월에는 31.5%(57건 중 18건)로 하락했다.
제주 집값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설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급락하다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관광수요 회복, 국제학교 인기 등에 따라 회복되는 듯 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투자수요가 위축되면서 다시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주 세컨하우스 열풍이 불거나 최근 기업에서 유행하는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업무와 휴식, 액티비티를 동시에 즐기는 원격근무의 한 형태) 열풍이 불지 않으면 제주 집값이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주 집값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투자수요라는 뜻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에 국제학교가 추가로 들어선다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있어야 이주 수요가 늘어나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
여 수석연구원도 “작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했는데 지금은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며 “작년보다는 주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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