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중개·사칭 피해 막아라"..공인중개사 신분증 패용 늘어난다

이가람 2022. 9. 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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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안에 공인중개사무소가 모여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A씨는 재작년 신축빌라 전세를 구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물건을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어느덧 계약 만기를 앞둔 A씨.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거주 중인 전셋집이 깡통주택인데다가 후순위 임차인이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A씨는 이 건물의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몰랐다. A씨가 공인중개사라고 믿었던 사람은 중개 권한이 없는 사칭범이었다.

#. 연예인 투자 멘토로 유명세를 떨쳐 온 B씨가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인중개사를 사칭한 혐의다. B씨는 자신을 공인중개사 10기라고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자격증을 취득한 적 없는 중개보조원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무자격·무등록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개업공인중개사 신분증 달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9일 매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강남구·금천구·영등포구·용산구 등은 지역구 내 영업 중인 모든 공인중개사들의 신분증 패용을 검토하고 있다. 중랑구도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을 책정받기 위해 논의를 거듭해 왔다. 앞서 신분증 패용을 제도화한 강서구와 서초구에 이어 수요자 보호 기조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초구는 지난달 말 공인중개사무소 1786곳에 가로 6cm·세로 9cm 크기의 플라스틱 신분증을 발송했다. 지자체마다 신분증의 크기나 디자인은 다를 수 있으나, 앞면에는 공인중개사의 이름·사진·상호가 들어가고 뒷면에는 부동산 중개업 등록번호가 적힌다. 수요자들은 이 정보로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공인중개사 인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공인중개사가 신분증을 목에 걸고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 제공 = 서초구]
지자체들은 최근 공인중개사 사칭, 공인중개사 자격증 대여, 중개보조원의 부적절 소행 등으로 계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기 의심 매물 신고제 및 유의 사항 안내문 배포 등 다양한 사기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인중개사들도 신분증 패용이 소속감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 공인중개사는 "신분증 패용 제도는 목포와 세종, 전주, 아산 등 다른 지역에서 먼저 시행돼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효과를 봤다"며 "계약자들의 알 권리가 지켜지고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공인중개사들이 신분증을 착용하고 오셔서 안심하고 집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매물을 여러 개 확인할 땐 공인중개사의 차를 타고 이동하곤 하는데 제도 정착 이전에 비해 불안감이 줄어들었다", "더 전문성 있어 보여서 좋다" 등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반면 현장에서 신분증 패용을 활성화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얼굴 구분이 잘 되는 사진을 첨부하고, 신분증을 위조할 수 없도록 변조 방지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부 지역구에서 신분증 패용을 장려했지만 착용률이 낮아 없던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며 "성동구와 서대문구 등은 신분증 대신 아크릴판에 큐알코드를 박아 중개사와 보조원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한편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를 사칭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중개를 할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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