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기적의 에어포켓

한승주 2022. 9. 8.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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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켓(air pocket·공기주머니). 침몰하는 선박이나 물이 차오르는 곳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일부 남아 생기는 공간을 말한다.

선박의 갑작스러운 전복으로 안에 있던 공기층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을 때, 폭우로 지하주차장에 급격히 물이 차오르는 경우 에어포켓이 생길 수 있다.

에어포켓에서는 숨을 쉴 수 있어 재난 시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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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에어포켓(air pocket·공기주머니). 침몰하는 선박이나 물이 차오르는 곳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일부 남아 생기는 공간을 말한다. 선박의 갑작스러운 전복으로 안에 있던 공기층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을 때, 폭우로 지하주차장에 급격히 물이 차오르는 경우 에어포켓이 생길 수 있다. 크기는 공간의 구조나 밀폐 상태에 따라 다르다. 에어포켓에서는 숨을 쉴 수 있어 재난 시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공간이 된다. 운이 좋아 여기에서 버틴다 해도 산소가 고갈되기 전 생존자를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종종 에어포켓에서 버티던 실종자가 살아서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2017년 12월 3일 새벽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 추돌 사고로 15명이 숨졌을 때 에어포켓에 있던 3명은 구조됐다. 출항 5분 만에 다른 배와 부딪혀 뒤집힌 낚싯배 내부에는 숨을 쉴 수 있는 공기주머니가 있었다. 이들은 이 공간에서 휴대전화로 구조대와 연락을 취한 끝에 2시간30분여 만에 구조됐다. 2012년 남아공 연안에서 배가 전복됐을 때도 일부 생존자들은 에어포켓에서 5~6시간을 기다린 끝에 구조됐다. 에어포켓에서 가장 오래 버틴 건 2013년 대서양에서다. 수심 30m 바닷속으로 침몰한 배에 갇힌 20대 나이지리아 선원은 이곳에서 탄산음료를 마시며 버틴 끝에 60시간 만에 구조됐다.

강력한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지난 6일 경북 포항에 시간당 최대 11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 단지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지하주차장으로 순식간에 물이 들어찼다. 안내 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들이 잇따라 실종됐다. 흙탕물로 가득 찬 주차장은 시야 확보가 안 돼 구조대 진입이 쉽지 않았지만 이날 밤 2명이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구조대는 “물이 차 있었더라도 내부에 숨을 쉴 수 있는 버블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발견 장소는 지하주차장 내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이었다. 에어포켓이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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