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못 뽑고 임대차 3법도 손질..文이 못 잡은 집값 잡을까

박상길 2022. 3. 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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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초동 자택을 나와 지지자들과 동네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최대 숙제인 집값·전셋값 안정 등 산적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29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임대차 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하반기 시행 2년째를 맞는 계약갱신청구권 계약 만료에 따른 신규 전세 물건이 늘어나고 집주인이 전셋값을 시세 수준으로 올리면서 임대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대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2020년 11월 '11·19 전세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가격 안정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지만 시행 2년이 채 안 된 임대차 3법을 폐기하거나 손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현 정부가 다주택자의 투기 수단으로 규정하고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주택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채비율이 높아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는 다가구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를 구제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저가의 민간 임대물건 공급을 위해 소형 아파트에 대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과 함께 보유세 개편,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거래세 완화 등 부동산 세금 정상화 방안도 중요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공시가격까지 급등하면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까지 보유세 부담이 커졌는데, 이는 결국 가처분 소득 감소와 임대료 인상에 따른 세입자 부담 전가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집을 팔고 싶어도 최고 75%에 달하는 양도세 부담 때문에 버티는 다주택자들 때문에 시장의 매물은 줄고 거래도 급감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인상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며 투기 목적이 아닌 생계형 임대사업자는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고, 다주택자는 집을 팔 수 있도록 양도세를 완화해주는 등 출구 전략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등의 조치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경우 '패닉바잉'(불황구매)에 나섰던 '2030 세대'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아파트보다 매수 열기가 뜨거웠던 수도권 빌라나 지방의 저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맷값이 전셋값 밑으로 떨어지는 '깡통전세' 등장에 따른 세입자 피해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유동성 장세 이후 시장 충격을 줄여줄 방안을 찾는 것도 차기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로 꼽힌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 꾸준한 주택 공급도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는 '2·4 대책'에서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해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84만6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 수도권 외곽 중심이어서 가장 필요한 서울 도심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의 서울 집값 상승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억눌리면서 신규 공급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은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만큼 주택이 필요한 곳에만 공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심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지만 과도한 규제 완화는 자칫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줄타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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