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고가 전세, 정부가 왜 대출 도와줘?"..강남 갭투자 어려워져
4일 정부와 서울보증보험 등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대책 논의 과정에서 서울보증이 고가 전세에 대해 대출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와 함께 은행권의 전세대출에 대해 90% 이상을 보증해 주고 있다. 서울보증만 유일하게 대출을 해 주는 전세가격의 상한을 두지 않고 있었다. 서울보증도 내년부터는 고가전세에 대해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세대출이 막히는 전셋값의 기준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통상 고가주택의 기준인 9억원 혹은 주택담보대출 금지 기준인 15억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금공과 HUG는 5억원 이하 전세만 보증해 주고 있다. 민간회사인 서울보증은 이보다는 상한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이 9억원이 넘는 지역은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교육 수요가 있는 목동과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용산, 여의도, 판교 등이다. 이들 지역의 고가전세 세입자의 돈줄이 내년부터 막힐 수 있다는 뜻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도 큰 반대 없이 계약을 해 왔다.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 전세보증금을 올려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금리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 전세를 중심으로 우선 전세대출이 막히게 되면 전세보증금을 올릴 여력이 부족해 진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은행권에선 갱신계약시 증액분에 대해서만 대출을 해 주기로 한 상태다. 장기적으론 전셋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전체 매매거래의 50%가 넘는 강남권 갭투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야 갭투자자의 주택 매수 비용이 절감된다. 강남권의 경우 현금부자들이라고 해도, 전세보증금을 낀 갭투자를 선호해 왔는데 이는 자금조달계획서상 자금출처 조사를 받지 않는 우회로였기 때문이다. 전세 대출이 막혀 전세가격이 낮아지면 갭투자자의 집 구매 비용이 더 들게 돼 그만큼 이 같은 방식의 투자가 어렵게 된다. 강남권 갭투자가 줄면 집값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각에선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세입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한 강남권 주민은 "대출로 전세자금을 일부 충당하지 못한다면 결국 일부를 월세로 돌려야 한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댓글에서는 "아이들 공부 때문에 9억, 15억 전세사는 것도 적폐고, 분에 맞지 않으니 정신차리는 건가. 15억 주담대 금지했다고 집값 내렸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 "5억 전세대출 받아서 쓰고 있지만 솔직히 전세자금이 부족해서 쓴게 아니다. 돈값이 워낙 싸서 안쓰면 손해라 받아 썼지만 이건 아니라 싶긴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강남권에 갭투자를 한 집주인의 경우 월세로 전환하려면 전세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데 이 자금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에 급격한 월세화는 '기우'라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부터 정부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전세대출 보증을 해 온 것이 잘못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세가격 구분없이 전세대출 보증을 해 왔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의 90~100%를 정부 산하 혹은 공공기관 지분이 있는 보증기관들이 보증해 주고 있어 결국은 정부가 위험을 떠 안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32조원에 불과했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8월말 기준 158조원으로 126조원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도 크게 늘어 주금공, HUG, 서울보증의 총보증 잔액(대출 포함)은 지난 2018년 정부 부채를 첫 추월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국 전세를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전세대출은 복지가 아닌데 보편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보증 지원을 해 줄 수록 세입자의 구매력이 증가해 전세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며 "단계적으로 전세 보증을 줄여 나가야 전세가격이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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