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김치, 감자칩 싹쓸이"…노란 카트 끄는 '몽탄신도시'[르포]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매장 안은 입학 시즌이 막 끝난 시점이라 시기적으로 비수기였는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버거킹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즐비한 1층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노브랜드 존 양옆으로 의류 브랜드 탑텐 매장과 삼성 브랜드 로고가 박힌 디지털 체험형 공간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했다.
이어 정해진 동선을 따라가보면 한글로 적힌 라면과 스낵, 한국산 맥주와 소주가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체 3만6000여개 상품 중 한국 상품은 15% 정도지만 대부분 한글이 적혀있어 한국 이마트에 와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몽골 이마트는 아직 강제 동선을 사용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마트가 정해둔 동선을 따라 쇼핑하게 돼 있다. 이 구조로 진열된 상품을 보여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키울 수 있다는게 장점이지만 필요한 물건만 효율적으로 쇼핑하려는 고객들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초기에 강제 동선을 많이 채택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고 이케아 매장 정도가 국내에서 아직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유통이 발달하지 않은 몽골에서는 아직 강제동선 시스템이 더 적합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한 번에 쇼핑객이 많이 몰릴 경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2016년 첫 매장을 열 때부터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강제 동선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점에 맞춰 3개월치 재고를 준비했는데 2주만에 모든 재고가 소진됐다. 2호점을 열 때도 3호점을 열 때도 이런 흥행은 반복됐다. 한꺼번에 몰린 인파로 인해 1호점은 하루에 최대 7회, 2호점은 11회나 일시적으로 출입을 통제해야 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3호점은 건설단계부터 초대형으로 계획됐다. 지하 1층·지상 3층의 단독 건물로 1만3550㎡ 규모로 현지 대형마트 중 가장 크다.

참담바타르 엔크수브드(Chandambaatar Enkhsuvd) 몽골 이마트 3호점 점장은 "평일에는 하루에 5000명, 주말에는 하루에 7000명 정도가 방문한다"며 "김치와 치즈볼, 감자칩 등 노브랜드 제품이 가장 잘 팔리고, 매장에서 가장 단일 품목 매출이 가장 높은 제품들도 다 노브랜드 제품과 한국 상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마트 3호점에는 임대매장만 180여개에 이른다. 식당은 물론 은행부터 여행사와 타이어 판매점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소비재 매장이 다 입점해있다.
몽골 이마트 운영을 맡고 있는 스카이하이퍼마켓에 파견된 이마트 해외사업담당 윤영길 팀장은 "장보기는 물론 모든 쇼핑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며 "이런 복합쇼핑몰 개념의 대형마트는 이마트뿐"이라고 말했다. 몽골에는 까르푸와 로컬기업에서 50개 점포를 운영하는 노민이 있지만 그로서리마켓이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수준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마트가 앞서 몽골을 선택한 이유는 '유통 불모지'였기 때문이다. 몽골의 영토는 한국의 15.6배에 달하고 광물이 풍부한 세계 10대 광물자원 부국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둘러싸여 있어 제조업과 유통업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상품 대부분이 한국과 중국, 러시아에서 직접 수입한 것이다.
대형마트 개념 자체가 없던 시장에서 이마트는 원스톱 쇼핑 개념을 처음 도입해 2016년 진출 이후 지금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질 좋은 한국 상품도 이마트의 경쟁력을 높였다. 실제로 많은 한국 소비재 기업의 몽골 진출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기업 최초로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돼 몽골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진출해 한국 소비재 상품의 매출 확대를 이끌고 있다. 2011년 4억6800만원이던 대행수출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324억7600만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대행수출 품목의 65%가 중소기업 제품으로 약 400여개의 중소기업이 1000여개의 상품을 이마트를 통해 수출하고 있다.
특히 노브랜드 제품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믿을 수 있는 품질을 제공하는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몽골에서도 노브랜드 제품이 인기가 많다보니 지역 소도시 내 작은 슈퍼마켓에서 재판매되기도 한다.
스카이하이퍼마켓의 락바수렌 자브즈마(Lkhagvasuren Javzmaa) 대표는 "노브랜드 제품이 울란바토르 남쪽 우문고비의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것도 봤다"며 "노브랜드 제품이 인기가 많다 보니 지역 상인들이 이마트에서 대량으로 사다가 지역 소도시에서 다시 되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문고비는 몽골 내 사막 중에서도 환경이 가장 열악해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도시다.

이마트가 울란바토르에 점포 7개를 더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지역 소도시까지 진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한국산 상품과 노브랜드를 앞세운 이마트의 실험은 이제 수도 울란바토르를 넘어 몽골 전역으로 향하고 있다.
아울러 몽골 이마트는 한국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중소기업 제품을 알리는 판촉 행사를 이어오며 '테스트베드'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경상북도와 협업해 농식품과 가공식품을 매장 밖에 전시해두고 현지 반응을 살펴봤다. 윤 팀장은 "몽골 매장은 단순한 점포가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의 상품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교두보"라고 강조했다.
울란바토르(몽골)=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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