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마녀사냥' 결과..원룸 전월세 줄고 임대료 상승 '역풍'
임대사업자들에 돌렸지만
대부분 서민주거용 빌라·주택
전셋값도 1억4000만원 저렴
임대주택 등록 폐지 추진에
세 주는 대신 멸실 움직임도
◆ 단추 잘못 낀 부동산대책 ◆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5층 다세대 주택을 보유한 박 모씨(67)는 원룸 11가구를 세를 주고 본인은 5층에 산다. 지난해 정부의 주택임대사업자 자동 말소 조치로 집을 12채 가진 다주택자가 됐다. 박씨는 올 6월 1일 과세기준에 따라 임대 수익보다 많은 4800만원 이상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게 생겼다. 한 채라도 줄여보려고 자식들에게 3가구에 대한 명의를 넘겼다. 양도세만 8000만원. 자식들은 1주택자가 되면서 천금 같은 청약 기회도 날려 버렸다.
박씨는 "어떻게든 종합부동산세를 줄여보겠다고 자식들에게 짐을 떠넘긴 못난 어미가 됐다"며 "우리 세입자들의 전셋값은 인근 시세보다 1억~2억원씩 낮고, 집을 지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19년간 같은 집에서 사는 세입자가 두 집이나 있는데 국가는 저한테 투기꾼이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박씨는 최근 10년 장기 임대사업자로 신규 등록했다. 현재 소득으로는 주택 수에 따라 중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입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상황은 면할 수 있었지만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 폐지가 현실화됐다면 어땠을까 아찔하다.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주택임대사업자 규제가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대책에서 민간 임대사업자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가 2018년부터 정책 기조를 바꿔 버렸다.
지난해 7월 4년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 일반 매입 임대를 없앴고,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대부분 거둬들였다. 급기야 여당은 지난 5월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는 계획까지 꺼내들었다가 백지화 했다.
특히 다세대 주택은 정부의 임대사업자 규제로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와 여당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 보유 중인 주택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내놓고 있다. 김성호 법률사무소 자산 대표변호사는 "지방에서는 오래된 다세대 건물은 아예 임대를 놓지 말고 멸실 처리한 뒤 나대지로 놔두자는 움직임까지 있다"며 "결국은 원룸 등 젊은 층이 찾는 주택 수만 줄어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폐지하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임차료로 전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와 여당이 집값 폭등 책임을 애꿎은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160만7000가구 중 아파트가 아닌 주택 유형(빌라 등)은 비중이 77%에 달한다. 전체 등록임대사업자 중 아파트 비율은 10% 미만으로 여당이 민간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 주범으로 꼽은 것은 '마녀 사냥'에 가깝다는 평가다.
도리어 민간 임대사업자들은 시세의 60~70%에서 전월세를 공급하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 제출 자료와 월간KB가격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서울 아파트 기준 등록임대주택(임대사업자 공급 물량)의 평균 전세금은 3억6426만원으로 일반 전세 평균인 4억9148만원 대비 1억4000만원 이상 저렴했다.
단독과 다가구의 경우 임대사업자는 시장의 평균 전셋값(3억511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1억3090만원)에 전세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세대 주택 임대사업자는 생계형이 많은데 이들에게 '투기꾼' 프레임을 씌우고 잘못된 접근을 하다 결국 백지화했다"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그럴 능력도 없이 '마녀 사냥'식으로 정책을 펼쳐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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