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개발 한다며 재건축은 막더니 임대 짓는다고?.. 뿔난 여의도
여의도 주민들이 뿔났다. 8·4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여의도 공공임대 300가구 건설안에 집단 반발하며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재건축을 틀어막곤 공급이 부족하다며 알짜부지에 300가구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그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여의도를 ‘통개발’하겠다며 단지별 재건축을 불허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8년 7월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집값 상승이 감지되자 한 달 뒤인 8월 돌연 여의도 개발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이후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 불안정’이라는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사유로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를 계속 보류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삼익아파트 주민들은 건물 외벽에 ‘여의도 주민 일동’ 이름으로 ‘재건축은 틀어막고 닭장임대 졸속추진, 여의주민 무시하냐’고 적은 붉은색 현수막을 내걸었다. 인근 도로에는 ‘여의주민 시체 위에 닭장임대 지어봐라’, ‘닭장임대 결사반대 지켜내자 금융특구’ 등 격한 감정이 담긴 현수막들도 걸렸다.
여의 삼익아파트 주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인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부지(여의도동 61-2)에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정부는 8·4 대책을 발표하며 이 부지에 300가구, 과천청사 인근에 4000가구, 태릉골프장에 1만가구,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3500가구 등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LH가 보유한 여의도 부지는 1978년 학교 용지로 지정됐으나, 여의도에 학교가 많아 추가 학교 건설이 불필요하다는 서울시교육청 판단에 따라 40년 넘게 공터로 방치됐다.
여의도 삼익아파트를 포함해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여의도 주민들은 재건축을 막아놓고 아파트 공급을 위해 이 땅에 공공임대 300가구를 짓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자들에게 공지한 안내문에서 “여의도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로 재건축의 길이 막혀 반백년이 지난 아파트에서 안전을 위협받으며 힘겹게 살아왔다”면서 “주민과의 기초적인 소통도 없이 해당 계획을 졸속행정처럼 발표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정부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삼익아파트 주민들은 ‘여의도 LH 부지 공공주택 사업에 관한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이 청원서를 LH와 영등포구청, 국회의원 사무실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국제금융중심지에 포함된다”면서 “해당 위치에 300가구 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서울시의 기존 계획에 심각하게 배치되는 것은 물론, 여의도를 국제금융도시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의 방향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주민이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금년 사업승인을 목표로 진행돼 왔다”면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제시된 개발계획과 배치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8·4 대책에서 정부 정책으로 발표된 사업인 만큼, 정부 정책 사업을 원활하게 이행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당초 정부가 발표한 방향으로 추진하되, 주민들 목소리를 듣고 조율하며 국토부·서울시와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8·4 대책으로 발표한 부지 중 실수요자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지역들은 모두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주민 반대로 과천청사일대 4000가구 공급 계획을 전면 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태릉골프장(1만가구),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용산구 용산캠프킴(3100가구) 등 부지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해당 땅이 임대주택 용도로 쓰일 땅이 맞느냐를 고민했어야 했는데, 공급이 그렇게 많다고 주장해온 정부가 갑자기 빈 땅에 모두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하며 불거진 문제”라면서 “특히 여의도는 재건축을 막아놓고 공급 부족을 논리로 내세우니 주민들 반발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정책을 막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고, 대통령 임기도 끝나가기 때문에 앞으로 반발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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