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와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왜 자꾸 "집값이 떨어진다"고 할까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말 집값이 2∼3년 내로 하락하는 걸까. 그렇다면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3040세대들은 이대로 괜찮을까.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 수장들이 잇따라 집값 하락을 경고해 관심이 모아진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한 지 53일 만인 5일 출입기자단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앞으로 2∼3년 내 주택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무리한 갭투자 등 '영끌' 주택 매수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 장관은 "지금이야 다들 집을 무리하게 구매하고 있어도 앞으로 2∼3년 후라도 집값이 내릴 수 있다"며 "무리하게 대출해서 영끌에 나선다면 나중에 집을 처분해야 할 시점에 자산가격 재조정이 일어나면서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3년 뒤 가격 폭락이 바람직한 상황이냐는 질문에 "지금 문제는 집값이 국내총생산(GDP)이나 가계신용 등 다른 경제지표와 편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는 것"이라며 "집값은 다른 경제지표와 조화를 이루는 수준이 돼야 하며 이 때문에 집값의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노 장관은 작년 하반기 이후 전세가격이 오른 것과 관련해서는 "초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가구 분화에 따른 가구 수 증가, 신규 제도 도입으로 인한 혼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새로운 거래관행이 정착되면서 매물 숫자도 점차 회복되고 있고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기존 임차인의 계약 갱신율이 증가한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으며, 전세시장 동향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장의 공급부족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만큼 2·4 대책과 작년 11월 전세대책 등 그동안 발표한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주택공급을 최대한 조기화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앞선 집값 하락 발언에 힘이 실렸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가격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소개하며 "단기적으로 소득과 괴리된 주택가격 상승이 있으나 갈수록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초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우선 물가 상승률을 배제한 실질 가격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전 수준의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가격지수에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실질 가격지수를 계산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을 100으로 봤을 때 올해 5월 지수가 99.5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긴축 가능성, 7월부터 시행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 확대 등 가계부채 유동성 관리 강화도 간과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주택 정책의 수장들이 집값 하락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지만 지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값은 12.97% 올랐다. 이는 작년 연간 상승폭(12.51%)를 뛰어넘는 수치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02년 16.48% 오른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작년 11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1%대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전셋값도 매매가격 못지않게 상승세가 가팔랐다. 수도권 지역의 올해 상반기 전셋값 상승률은 7.14%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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