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가계부채로?..1765조 시한폭탄 위에 키운 경제성장

김민우 기자, 권화순 기자 2021. 7.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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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잡지못한 집값, 저금리는 죄 없나②

[편집자주]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유동성을 언급하면 '남탓한다'고 욕먹기 십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성 풀기는 전세계적 현상이었고 그 조건에서도 집값을 안정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수요억제로 일관한 정부는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공급확대로 돌아섰다. 하지만 유동성 관리를 책임진 한국은행은 최선을 다했을까. 한은은 하반기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묻는다. 유동성은 집값에 무죄인가.

실거래가격 기준, 부동산 114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정부가 사실상 가계부채관리를 포기했다."(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 소장)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결과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린 것 외에 효과가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저금리를 꼭 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한 금융당국 관계자)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위기속에서 한국은 지난해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나름 선방한 국가라고 자평하고 있다. 저금리와 재정 확대를 통해 유동성을 적극 푼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가계부채는 유례없이 급증했으며 부동산 가격 상승률 은 '세계 톱'이라는 암울한 타이틀을 함께 달았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부여해 왔던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 관리를 중단했고 한은은 금리를 내릴 테니 "각자도생하라"는 메시지 외에 대책이 없었다.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아닌 생산적 투자로 연결되도록 어떤 노력을 했는지 찾기도 힘들다.

정부 부채 중심으로 경기 부양 나선 선진국...한국은 가계부채로 극복?

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이었던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성장률은 -0.9%를 기록해 16개 주요국 선진국 평균 -4.7% 대비 선방했다. 순위로는 대만, 노르웨이에 이어 3위였다.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경기를 부양한 결과로 풀이됐다.

그런데 세계 최상위 경제성장률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비결은 '가계 빚'이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계' 부채 증가율은 10.8%로 캐나다, 미국, 호주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다른 국가들이 정부 부채를 늘리는 식으로 경기 방어를 해 왔다면 한국은 가계부채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캐나다의 경우 가계부채가 3.2%, 정부부채가 13.3% 각각 늘어난 반면 우리는 정부 부채가 4.2% 늘어난 사이 가계부채는 이보다 많은 6.6% 증가했다. 주요국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율은 1위다.

한국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727조원, 올해 1분기에는 1765조원로 불어났다. GDP 대비 가격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4위 수준이며 한은 통계에서 빠진 전세보증금,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대출)까지 넣으면 3000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비공식적인 통계로는 가계부채 압도적 1위라 해도 무방하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가계부채 가운데 절반이 넘는 931조원이 주택구입 등의 목적으로 쓰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가 위험을 안고 도와주는 것이 전세계적인 흐름이었는데 우리나라는 각자 개인이 위기를 넘기라고 금리인하 등을 통해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중호 소장은 "우리 정부의 특성상 재정균형론자들이 많아 정부부채는 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가계부채의 경우 이전 정부부터 중점적으로 관리해왔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사실상 정부가 가계부채관리를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저금리 할테니 각자도생하라는 한은, 가계대출 목표관리 포기한 금융당국... 결과는 전세계 집값 상승률 최상위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 속에서 저금리 기조가 필연적인 선택이었지만, 유동성이 생산적 투자가 아닌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도록 방치한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시기마다 각 금융회사별로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를 사전에 받아 분기별로 관리를 해 왔다. 간접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인 셈이다. 올해는 평균 6% 증가율을 목표치로 잡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정점이었던 지난해는 줄곧 해 왔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중단했다.

통화당국인 한은 역시 손 놓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은법 28조에는 "극심한 통화 팽창기 등 국민 경제상 절실한 경우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 최고한도 또는 분야별 한도를 제한하라"고 돼 있지만 한은은 과잉유동성 국면에서 단 한번도 이 카드를 쓴 적이 없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 부장은 "금리는 주택시장만 보는 게 아니라 거시경제의 큰 축이다보니 경기 충격 시점엔 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가계대출은 금리에 가장 예민하게 움직이는데 한은은 '경고' 외에 뚜렷하게 한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신호를 계속 주면서 도심내 주택 공급에 미온적이었고, 가수요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기준 전세계 최상위권을 달렸다. 부동산 114 에서 집계한 지난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실거래가 기준)은 22.6%로 미국 13.3%, 영국 10.2% 중국 6.3%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예고한 현 시점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꺾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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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minuk@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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