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정면 돌파 나선 홍남기·이주열, 미완의 과제 풀어낼까

박상길 2021. 7. 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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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2월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숙제인 '집값 안정'을 이뤄낼 수 있을까.

홍 부총리가 집값 하락을 잇따라 경고해도, 이주열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음에도 부동산 시장은 청개구리처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 주택가격은 1.31% 올라 4월(1.06%)과 5월(0.96%)보다 상승 폭이 컸다. 아파트 기준으로는 1.89%나 올랐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작년 말보다 9.97% 치솟았다. 1년 전보다는 17.72% 상승했다.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하든 빚투(빚을 내 투자)를 하든 아파트를 사들였다면 전국 도시 지역 대부분에서 '성투(성공적인 투자)'가 됐다는 얘기다.

전셋값도 불안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국 주택 전셋값은 올해 6월 0.88%가 올라 올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서울에서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세가 품귀를 빚는 서초구는 4.47% 상승했고 도봉구(1.85%)와 양천구(1.81%) 등도 오름폭도 컸다.

전망 지수도 상승 흐름이다. 일선 중개업소가 예상하는 3개월 후 시장 흐름 조사인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7.4,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19.9로 100을 훌쩍 넘었다. 이 지수는 100이 넘을수록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6월 24일 나온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도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는 127로 올해 2월(129)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 역시 100을 넘을수록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계속 오르면서 법원 경매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법원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19.0%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경매시장의 이런 움직임은 주택 수요자들이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과 전셋값 상승에 정부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쓸 수 있는 대책은 '영끌'한 상태라 더이상 쓸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묻자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제 능력의 부족함을 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리는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에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4 공급대책의 차질 없는 실행을 강조하거나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구두 개입'만 되풀이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가격 버블을 분석한 한국은행의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단기적으로 소득과 괴리된 주택 가격 상승이 있으나 갈수록 과도한 레버리지가 가격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시장 참여자들은 과도한 기대심리와 막연한 불안감,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의 추격 매수보다는 정확한 정보와 합리적인 판단하에 시장 참여와 의사결정을 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달 1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등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되고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이 억제되면 영끌 빚투로 부풀어 오른 집값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구두 경고'가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택 정책의 수장인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변창흠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취임한 지 50일 가까이 됐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도 집값·전셋값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집값 불안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택 공급 부족과 버티기에 들어간 다주택자, 한계를 드러낸 정부·여당의 정책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시장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도 지난달 30일 전국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하반기에 각각 1.5%와 2.3%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기준으로 주택 가격은 5.5%, 전세가는 5.0% 올라 작년 상승률(매매가 5.4%, 전세가 4.6%)을 상회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는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국은행이 향후 1년 내 0.5%포인트 정도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1%가 되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3% 초반인데 이럴 경우 투자나 단기차익 목적의 거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지 않아 주택 가격이 내려갈 정도는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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