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세난 재현되나..전문가들 "안정요인 찾기 힘들다"

김희진 기자 2021. 6. 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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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아파트. 김기남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가을 이사철 전세난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건축 이주수요에 매물부족 등이 맞물려 전세가격이 상승폭을 키우면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전세대란’ 수준만큼 급등하진 않더라도, 올 하반기 전세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0.11%)에 이어 한 주 동안 0.09% 올랐다. 전세대란이 불거진 지난해 11월(0.15%)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하다 최근 들어 상승하는 추세다.

재건축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들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포동 일대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시작된 서초구 전세가격은 6월 첫째주부터 매주(0.39%→0.56%→0.36%) 큰 폭으로 올랐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매물 찾는 전화가 하루에 적어도 두세통씩 온다”며 “매물이 귀하고 전세 구하려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보니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5~6억원씩 올려 불러 거래가 활발하진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지역에서 촉발된 전세불안이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이 안정된 상황일 땐 이주수요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최근처럼 불안한 상황에선 주변에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비사업 이주물량이 작년보다 적어 전세불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으나, 지난 21일 기준 서초구와 인접한 동작구(0.20%)와 송파구(0.15%), 강남구(0.10%)로도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반기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요인을 찾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먼저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 직방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2802가구로, 상반기와 비슷하지만 지난해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정도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도 지난 21일 기준 110.4로 집계돼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에서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인근 전세시장이 안정되곤 했지만, 최근엔 실거주 요건 강화 등 영향으로 직접 거주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매매시장을 안정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전세시장에선 불안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올 하반기 최소 3만2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무주택 자격과 의무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한 이들은 전월세 시장 수요자로 남게된다. 금리 인상도 전세시장의 불안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에 따른 이자부담 탓에 집을 사는 대신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려고 하는 수요가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이날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주택시장이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법 시행 직후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해만큼 전세시장이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세시장이 꾸준히 불안한 상태인데다, 복합적인 이유로 전세 유통매물도 줄어들어 하반기 전세난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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