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매입임대 신규등록 폐지..오락가락 정책에 시장 혼란

노해철 기자 2021. 5. 28. 0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대사업 말소 후 6개월 이후부터 양도세 중과
임대사업자 반발..임차인 주거난 가중 우려도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5.2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여당이 모든 주택 유형의 매입임대에 대한 임대사업자의 신규 등록을 폐지하고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임대차 물량이 줄면서 임차인의 주거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전날 주택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운영 방향에 대한 개선안이 포함됐다. 건설임대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매입임대는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해 신규 등록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매물 유도를 위해 의무 임대 기간이 지났을 경우, 6개월 안에 주택을 팔지 않으면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장려해왔다. 다주택자에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대신, 이들의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취지다. 임대사업자들은 의무 임대 기간과 5% 이내 임대료 상한 등 공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발표한 '7·10 대책' 이후 임대사업자 폐지를 계속 추진해왔다. 해당 대책은 4년 단기임대와 8년 아파트 매입임대를 폐지하고, 단기임대의 장기임대 전환을 금지했다. 폐지된 유형의 등록임대는 임대의무기간이 지나면 자동 말소하도록 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와 여당의 '오락가락' 정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꾸준한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임대사업자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위헌적 소급적용을 남발해 본인들이 장려한 정책을 손바닥 뒤집은 듯 변경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자기 부정을 되풀이한다"며 "자신들의 부동산 실책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으로 인해 임차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임차인들은 그동안 임대사업자로부터 공급된 저렴한 임대주택에서 거주해왔으나, 앞으로는 해당 주택에서 내몰리면서 주거난을 겪을 우려가 크다.

특히 등록임대주택의 임차인은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더라도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2년을 거주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로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무 임대 기간이 종료된 임대사업자가 해당 주택을 6개월 이내 매도할 경우, 매수자가 실거주를 요구하면 현재 거주 중인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셋값 상승이 가팔랐던 최근 임대차 시장을 고려한다면 해당 임차인의 부담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기대하는 임대사업자의 매물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매물로 나오더라도 대부분 빌라·오피스텔·단독주택 등 비아파트라는 점에서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사업자에 대해 10% 수준의 양도세 중과하더라도 매물로 내놓는 양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의 세금 부담보다는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 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의 대다수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 등으로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와 달리 수요가 크지 않다"며 "임대사업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아파트값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전·월세 물량이 감소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대될 우려도 제기된다. 공공을 통한 임대주택 확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수요층에서 매입하는 임대사업자의 물량이 많아질수록 임대 시장의 매물감소로 이어진다"며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사업자 규제 강화로 이들의 임대주택 운영 축소가 임대차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공급 감소 간극을 메울 공공임대주택 확보와 기업형 임대주택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un9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