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대 1' 잘나가던 대구 아파트 미분양 속출..상투 시작됐나
순풍에 돛 단 듯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대구 아파트 분양 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인기 브랜드 아파트 분양 현장에도 미분양 물량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25일 건설업계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청약을 한 동양건설산업의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는 1~3순위 청약에서 전체 분양가구 수(759가구)의 91%인 696가구가 집주인을 찾지 못했고, 최근까지 진행한 무순위 청약(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선착순 접수)에서도 200명 가량만 신청해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파라곤 프레스티지보다 한 달 앞서 분양한 대구 안심뉴타운 호반써밋 이스텔라도 정식 청약에서 315가구 모집에 214가구가 미분양됐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대구 중구의 청라힐스자이의 경우 지난해 5월 부적격 당첨자 등의 당첨 취소 물량인 2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경쟁률이 2만 1823대1이었다. 또한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물량은 153가구로 최근 1년 중 가장 적다.
그랬던 대구에서 다시 미분양이 늘어나는 현상은 건설업계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다. 모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100% 분양을 너무 자신한 건설회사가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올려잡았고, 마케팅에도 신경을 쓰지 않아 미분양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와 호반써밋 이스텔라의 분양가는 전용 84㎡가 4억7000만~4억9000만원대(최고가 기준)다. 안심뉴타운과 인접한 각산태영데시앙(2009년 입주)의 같은 면적 최근 실거래가가 3억4100만원임을 고려할 때 주변 시세를 크게 웃도는 분양가다.
또 다른 건설회사 관계자는 "가격도 위치도 따지지 않고 청약에 나섰던 '묻지마 청약' 분위기에 변화가 온 건 사실이지만 청약 대기 수요가 워낙 많아 청약 순풍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금 나타나는 현상이 대구가 '미분양의 무덤'이란 오명을 쓴 2007~2009년 폭락기 초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우선 신규 분양물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많다는 점이 비슷하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대구에서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인 총 2만 8213가구(58개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이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공급 물량인 2만3762가구(49개 단지)보다 18%가 증가한 수치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1만 4317가구(27개 단지)는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분양할 계획이다.
또한 대구는 2019~2020년 호황기 때 분양했던 아파트들의 입주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하기 때문에 입주 물량 부담이 큰 상황이다. 대구에서는 올 하반기에 6000여 가구가 분양하고 내년에는 1만7793가구, 2023년에는 2만5725가구가 각각 입주한다. 2008~2009년 당시 대구에서는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서조차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범어위브더제니스, 수성롯데캐슬, 범어SK뷰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대구가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아파트 투자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6월 1일 이후에 조정대상 지역의 2주택자가 되면 양도소득세율이 기본 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가 추가된다. 양도세 최고세율이 기존 65%에서 75%로 올라가는 셈이다. 모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예정된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이 워낙 많다"면서 "주택수요자라면 신중하게 옥석을 가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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