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산다"..불장 차단 무색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수요자 몰려

조성신 2021. 5.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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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세의 90% 수준에 분양가 책정
입주 후 수십억 시세차익 기대하기도
[사진 = 연합뉴스]
최근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주택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심사를 통해 분양가를 관리하는 지역으로, 역설적이게 규제가 강할수록 집값이 오른다는 정부 불신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주택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대체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위주로 선정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일부 제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남·중구), 세종, 청주 등 조정대상지역 대부분이 포함됐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 단지는 이 심사를 통과해야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HUG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해 민간 사업자의 주택 공급 유인을 저해한다는 비판과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알 수 없어 심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이에 HUG는 지난 2월 22일부터 입지와 단지 특성(규모 75%·건폐율 25%), 사업 안정성(HUG 신용평가등급 75%·시공능력평가순위 25%)을 300점 만점으로 점수화하고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는 아파트와 점수 차이가 가장 작은 아파트 2개를 비교 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같은 행정구역 내 아파트 가운데 입지와 단지 규모, 브랜드 3개 요소를 단계 심사해 분양가를 비교할 만한 사업장을 선정했다.

고분양가관리지역 내 분양가 책정은 주변 500m 안에 있는 아파트 시세의 90%까지(서울 일부 및 세종시 최대 85%) 가능하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공급되니 자연스럽게 투자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인기는 청약 경쟁률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분양한 '부평 SK VIEW 해모로'는 547가구 모집에 5만7621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05.3대 1을 기록했다. 주변 단지 3곳 분양가를 적용해 전용 84㎡ 기준 3.3㎡당 1200만원대로 책정됐다. 주택변동률을 적용해 1800만원대가 예상됐지만, 더 낮은 분양가가 매겨지며 청약자들이 몰린 것이다.

입주 후에는 주변 단지들과 시세가 비슷해지기 때문에 분양가에 비해 최대 수억원의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2018년 4월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분양된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 범어' 전용 84㎡는 지난 달 분양가(7억920만원)보다 무려 8억3080만원 오른 15억4000만원(국토부 자료 참조)에 실거래됐다.

작년 12월 공급된 '서대구역 화성파크드림' 전용 59㎡는 3억3000만원대로 분양됐다. 비슷한 시기 같은 지역에 분양된 '서대구역 반도유보라센텀'(2020년 8월 분양) 전용 59㎡의 분양가보다 1100만원 낮았다. 이들 두 단지의 분양권 가격에는 1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서대구역 화성파크드림'의 뜀폭이 분양가 차이 만큼 더 오른 셈이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지정하는 것은 과열될 양상이 있기 때문에 분양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작 그렇게 지정된 지역은 주거, 미래가치가 우수한 지역들이 태반"이라며 "다만 이들 지역 내에서 공급되는 새 아파트일지라도 단지 규모, 브랜드, 입지여건 등이 차이가 있는 만큼 합리적인 분양가격인지 주변 여건 등을 잘 따져본 뒤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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