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안정세라지만 그래도 불안한 이유

노명현 2021. 5. 6. 15: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공전세 등 단기 주택공급 속도, 안정세 유지
전월세신고제‧임대사업 혜택축소 등 변수 상존

전세시장이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정부는 신축 매입약정과 공공 전세주택 등 단기 주택공급을 통해 전세시장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와 최근 여당(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나오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 등 전세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변수들이 존재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안정되는 전셋값, 단기 주택공급 더한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3%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다.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0.13%, 0.03%로 전주보다 각 0.01%포인트씩 상승률이 확대됐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한국부동산원은 "계절적 비수기 등을 맞아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학군이나 교통 환경이 좋은 단지와 신축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소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당초 우려와는 달리 전세시장은 최근 들어 표면적으로는 안정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3월 전세 거래량도 12만5895건으로 전달보다 9.7%, 최근 5년 평균보다 24.2% 증가하며 수급 상황도 나쁘지 않다.

정부는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단기 주택공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축 매입약정과 공공 전세주택 등 올해만 3만8000여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70% 이상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매입약정과 공공전세 등 지난해 발표된 전세대책의 경우 비 아파트 중심으로 시장 수요와 맞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다행히 최근 공급되는 공공전세 등은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일정 부분 전세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지난달 경기 안양시에서 공급된 1호 공공 전세주택 입주자 모집에는 3145명이 신청해 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단지 아파트 중심의 주택공급 계획이 있더라도 실물 주택이 공급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돼 단기 주택 공급방안도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공공 전세주택은 역세권 등의 물량이 준비되고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면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전월세신고제·월세 전환 등 불안요인도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단기 주택공급 방안도 대부분 비(非)아파트 형태라 전세 안정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여기에 오는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도입, 임대차보호3법이 완성되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8월부터 먼저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전세시장은 일대 홍역을 치렀다.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시 전셋값을 한 번에 크게 올리거나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늘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정부가 전세대책(11.19)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월세신고제는 세입자들의 협상력을 높이고, 임대소득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다만 집주인 입장에선 자신의 임대소득이 노출되고, 이로 인해 소득세도 늘어날 수 있어 부담이다. 시장에선 집주인들이 늘어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거나 세를 주지 않고 집을 비우는 등의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전셋집 공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도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혜택인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이 사라지면 임대사업에 대한 거부감으로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이 같은 우려에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 후보자는 지난 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민간임대사업자가 세금을 회피하는 제도로 악용되거나 매물이 잠기는 현상 등 부작용도 있지만 반대로 세입자는 저렴한 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부분도 있다"며 "세입자에게 어려움이 가지 않는 전제 아래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이주수요가 존재하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을 통해 주택 매입이 아닌 향후 2~3년 이상 임대차 시장에 남아야 하는 수요들이 많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해 임대차보호2법 시행 이후 전세보다 월세 전환 비중이 늘고 있다"며 "하반기 학군 등에 따른 이사수요나 재건축 이주수요 등도 남아있어 전세가 안정됐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에서 4000가구 정도의 재건축 이주 수요 등이 있고, 사전청약이나 공공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신호는 지금 당장 집을 사지 말라는 의미여서 임차 수요를 누적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전월세신고제 등이 도입되면 임대인에게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 있고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으로 전세 불안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국내에선 공공임대보다 민간임대 비중이 훨씬 커 임대사업자 혜택을 축소하면 전셋집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