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20명 투기 정황..차명은 못 캐고 뒷북조사 '예견된 한계'
1개 필지 22명이 지분 쪼개기
이 중 4명이 LH 직원 드러나
차명거래 만연한데 실명 조사
"토지소유주 전수조사 필요"
11일 정부 합동조사단(합조단) 조사를 통해 투기 의혹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20명은 투기꾼과 다름없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20명이 전체 조사 대상자 1만4300여명 중 0.14%에 해당하는 극소수인 것과 관련해서는 실명 조사와 뒷북 대응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균 총리가 “해체 수준의 혁신”을 강조한 만큼 엘에이치 개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전형적인 투기 수법
합조단 조사 결과를 보면, 20명 가운데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발표 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례가 새로 적발됐다. 시흥시 과림동의 1개 필지를 22명이 지분쪼개기 한 것인데, 이 가운데 4명이 엘에이치 직원이었다. 지분쪼개기는 기획부동산이 개입한 불법적 부동산투기의 대표적인 수법이다.
또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총 22개 필지 가운데 21개 필지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기 전에 매입한 토지였다. 19개 필지는 지정 2년 전, 2개 필지 역시 지정되기 전 3~5년 사이에 매입했다.
이와 함께 조사 대상 지역 8곳(3기 신도시 6곳, 과천 과천, 안산 장상)과 인접한 동 지역의 토지 소유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양시 행신동, 하남시 덕풍동, 남양주 다산새도시 등에 아파트 및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144명(국토부 25명, 엘에이치 119명)이 확인됐다. 아파트 및 빌라 등 주택에도 일부 토지 지분이 잡히는 관계로 확인된 것인데, 투기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조사에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았던 11명은 이후 전부 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로, 현재 해외체류 등의 사유로 동의서 제출이 지연되고 있는 3명의 동의서가 수집되면 ‘동의 거부’를 이유로 수사 의뢰되는 사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사후 실명조사 한계
1만4300여명 가운데 극소수인 20명만 적발된 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실명 조사’의 한계가 예견된 바 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공공정책대학원)는 “본인이나 가족 명의는 적을 것이고 지인이나 차명 거래는 수사를 할 수밖에 없어서 공직자 개인으로 조사하는 것보다는 투기 의혹이 있는 지역의 토지 소유주를 전수조사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부동산투기가 공직자들만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라는 점에서 부동산투기 자체를 범죄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같은 부동산 감독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정경대학원)는 “국세청이나 금융 쪽에는 계좌추적권이 있는데 부동산 거래를 감시하는 국토부에는 이런 권한이 없다”며 “금융정보분석원처럼 이상 거래가 있으면 바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지, 차명 거래가 공공연한 상황에서 사후에 이뤄지는 조사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엘에이치 개혁 불가피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국토부 공무원은 0명으로, 적발된 20명은 모두 엘에이치 직원이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1호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합병해 출범한 엘에이치는 발족 10여년 만에 ‘해체’ 수준의 강력한 개혁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정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엘에이치가 주택 공급에서 지속적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엘에이치가 직면하고 있는 신뢰의 위기 문제에 대해서는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엘에이치 개혁과 관련해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도시재생·주거복지·택지개발 등 5~6개 기능으로 엘에이치를 분화하는 방안, 주택청 및 주택도시부 등 주택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논의돼왔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주택시장을 전부 민간에 맡기겠다는 게 아닌 이상 공공개발을 하려면 전문성 있는 엘에이치와 같은 전담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주택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혁신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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