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률은 둔화.. 전문가들 "민간 공급 활성화해야"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4일) 주택공급대책 발표 이후 매매·전세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으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효과를 옹호하는 발언이었다.
홍 부총리의 말대로 2·4 대책 발표 후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 상승 폭은 축소되고 있다.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어 30대의 ‘패닉 바잉(공황 매수)’이 멈췄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급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8·2 대책(2017년)이나 9·13 대책(2018년) 등 ‘충격 요법'을 추구하던 다른 대책들에 비해 단기적 효과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2·4 대책 한 달, 전국 집값 숨 고르기
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4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1일 0.1%였던 서울 아파트값 주간(週間) 상승률은 이달 1일 0.07%로 한 달 만에 0.03%포인트 줄었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28%에서 0.24%로, 수도권은 0.33%에서 0.29%로 각각 줄었다. 1월 5733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월 2275건으로 줄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말 국회 업무보고에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공포적인 매수가 줄어들고 가격 상승도 억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첫 종합 대책인 8·2 대책의 경우, 발표 전주(前週) 0.33% 급등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대책 직후 0.03%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8년 9·13 대책 발표 전 0.45%였던 집값 상승률은 4주 만에 0.07%로 떨어졌다. 이들 정책과 비교할 때 2·4 대책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 정책은 시장에 충격을 줘서 수요를 누르려는 의도였던 반면, 이번 대책은 공급을 늘려 수요를 소화한다는 취지”라며 “계획대로 주택이 공급된다는 신뢰를 준다면 보다 장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 사태 돌발 악재… ”확실한 공급으로 극복해야”
2·4 대책의 본격적인 실행을 앞둔 시점에 LH 사태가 터졌다는 점은 예상치 못한 악재다. LH 사태로 인해 공공 주도 주택 공급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부터 후보 사업지를 발표하는 등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참여가 저조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일각에선 “시작부터 김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급 앞에 장사 없다’는 부동산 시장 격언을 강조하며 “흔들림 없이 주택을 공급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늘어나면 집값, 전셋값은 결국 안정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강동구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6% 떨어졌다. 지난해 7월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전국적으로 전세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단기간에 전셋집 공급이 몰렸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강동구에선 지난달부터 약 3700가구의 새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서울 내에 아파트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정책은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민간의 주택 공급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재건축이나 다주택자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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