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폭탄' 실은 단독주택 공시가 또 뛴다, 서울 10%대 1위

한은화 2020. 12.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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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내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열람 시작
내년도 서울 표준주택 공시가가 지난해 대비 10.13% 오른다. 사진은 강남구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서울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10.13% 오른다. 올해(6.82%)보다 상승률이 더 높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6.68%(지난해 4.47%)다.

국토교통부는 18일부터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첫 열람인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열람 및 의견청취에 들어간다고 17일 밝혔다. 전국 417만 가구의 단독주택 중 23만 가구가 대상이다. 표본이 지난해보다 1만 가구 늘어났다. 지난 5월 감사원에서 용도지역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주택 수를 늘리라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자치구별공시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도별로 보면 내년도 공시가격 상승률은 서울(10.13%)이 가장 높다. 광주(8.36%)ㆍ부산(8.33%)ㆍ세종(6.96%)ㆍ대구(6.44 %)ㆍ전남(6%)ㆍ경기(5.97%) 순으로 많이 오른다. 서울에서는 동작구가 12.86%로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서초구(12.19%), 강남구(11.93%), 송파구(11.86%), 마포구(11.39%), 중구(11.23%), 성동구(11.1%), 서대문구(10.91%), 영등포구(10.65%), 관악구(10.21%) 등이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내년도 표준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시세 대비 반영률)은 55.8%다. 올해 (53.6%)보다 2.2%포인트 오른다. 정부가 지난 11월 3일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서 밝힌 대로다.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의 경우 7~15년에 걸쳐 시세의 90%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15억 이상 단독주택 현실화율 63%

지역별 공시가 단독주택 상승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가주택일수록 시세 90%에 빨리 도달하는 계획표대로 현실화율 상승률이 가파르다. 올해 대비 내년도 9억원 미만 주택의 현실화율은 52.4→53.6%, 9억~15억원은 53.5→57.3%, 15억원 이상은 58.4→63%까지 올라간다. 현실화율이 오르면 집값이 안 올라도 공시가가 오른다. 이에 따라 내년도 시세 15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은 12% 뛴다. 공시가격이 8억4000만원에서 9억4000만원으로 오르는 식이다. 9억~15억원 주택은 9.67%, 9억 미만 주택은 4.6% 오른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2023년까지 균형성을 중점 제고해 시세 9억 미만 주택의 현실화율의 편차가 줄어든다”고 밝혔지만, 이 균형성을 깬 것은 정부다. ‘공평 과세’를 내세우며 2019년께 15억원 이상의 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만 집중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시세 9억 미만 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은 상대적으로 더 낮게 책정돼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시세 15억원 이상 단독주택은 2027년이면 공시가 현실화율 90%에 도달한다. 9억~15억 주택은 2030년, 9억 미만 주택은 2035년께 도달할 전망이다. 주택 가격에 따른 공시가 형평성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또 현실화율이 매년 계속 오르면 집값이 내려가도 세금은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질 수 있다.

시세대비 단독주택 공시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억 주택 종부세 96만9000원→236만9000원
공시가 상승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 비롯해 증여세와 건강보험료, 개발부담금 등 60개 분야에서 기준 지표로 활용된다.

1주택자라도 15억 넘는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면 세 부담은 커진다. 내년 공시가격은 시세의 63%(현실화율)까지 끌어올리는 데다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 종합부동산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내년단독주택보유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nag.co.kr

국토부의 모의계산(시뮬레이션)에 따르면 A씨가 시세 15억짜리 단독주택 한 채를 갖고 있다면 내년 2장의 고지서에 깜짝 놀랄 수 있다. 재산세는 273만1000원으로 올해(236만9000원)보다 15% 오른 데다 내년 처음으로 내는 종합부동산세(15만4000원)까지 합하면 288만5000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A씨가 5억원 더 비싼 20억짜리 주택 보유자라면 올해(482만6000원)보다 40% 오른 676만1000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이중 종부세가 96만9000원에서 236만9000원으로 2.4배 오른다. 내년 공시가격이 13억8384만원으로 올해(12억4000만원)와 비교해 11.6% 상승한 영향이 크다.

단, 내년부터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율은 한시적으로 3년 동안 0.05%포인트 인하된다. 이에 따라 시세 8억 주택의 공시가는 올해 4억1900만원에서 내년 4억3827만원으로 4.6% 오르지만, 재산세는 89만원에서 78만3000원으로 12%(10만7000원) 줄어든다.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높아지면 세금과 각종 보험료 부담이 커지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30% 오르는 주택의 경우 건보료는 평균 13.4% 상승한다. 이에 따라 기초노령연금 탈락자가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는 소득과 소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이 커지자 온라인 부동산 카페를 중심으로 “집값 잡기보다 세금 걷는데 능력 있는 정부” “100만원(재난지원금) 주고 1000만원 뜯어간다”“집 한 채인 소득 없는 은퇴자는 집 팔란 얘긴가” 등 불만이 쏟아졌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조세 전가를 우려한다. 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떠넘길 수 있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세난 속에서 월세 전환하려는 임대인이 늘면 한동안 전·월세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월세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면 집을 못 구하는 세입자들로 주거 시장 불안은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ㆍ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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