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타고 입주자 모집 서두르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이번엔 흥행할까

유한빛 기자 2020. 12.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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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택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전세난을 맞아 흥행에 성공할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한 공공지원형 민간임대주택이 잇따라 입주자를 모집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3일 인천 영종하늘도시 A12블록에 짓는 ‘운서역 푸르지오 더 스카이’의 입주 신청을 받았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구로구에 공급하는 ‘고척 아이파크’도 최근 입주자를 모집했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2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3578가구를 공급하는 ‘인천 더샵 부평’은 지난 3일부터 추가로 임차인을 모집했다. 지난 10월 첫 모집 당시 청년 특별공급과 전용면적 84㎡형을 제외한 59㎡·69㎡형 일반공급은 신청자가 미달돼, 남은 물량을 추가로 공급한다. 현대건설도 이달 중으로 화성 ‘힐스테이트 봉담’의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건설되는 서울 구로구 ‘고척 아이파크’ 조감도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지난 2018년 도입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공공이 소유한 토지를 공공기관과 민간 건설사가 함께 개발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역별 도시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시공사, 주택도시기금 등이 출자해 세운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가 시행을 맡고, 공모를 통해 선정한 건설사가 시공을 담당한다.

2년 단위로 재계약해 최장 8년까지 임차할 수 있고, 임대료 인상률은 2년에 5%로 제한된다. 임대료는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신혼부부·고령자가 대상인 특별공급분은 주변 시세의 85% 이하, 무주택 성인이 대상인 일반공급은 95%다.

건설사들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극심해진 현 시점이 입주자를 모집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난이 심해진 가운데 공급되는 신축 대단지 임대 아파트인만큼, 보증금이나 주택 매매 자금으로 쓸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 중에서는 입주를 원하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면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신혼부부나 영유아기 자녀를 둔 부부 등 30~49세를 주요 입주계층으로 설정해 실내와 단지 등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입주자 신청 경쟁률이 발표된 고척 아이파크의 우선공급 경쟁률은 최저 1.3대 1에서 최고 9.4대 1로 집계됐다. 일반공급 경쟁률도 최저 1.3대 1에서 최고 15대 1로 집계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경쟁률이 작은 면적형(전용면적 40㎡)에서는 미달이 발생했다.

이는 입주자를 모집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장이 입주자를 채우는데 애를 먹던 분위기가 상당히 반전된 것이다. 지난 8월만 해도 창원에서 입주자를 모집한 ‘e편한세상 창원 파크센트럴’는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다. ‘평택고덕 어울림 스퀘어’의 경우에는 일반공급 경쟁률이 1대 1에서 2.2대 1 정도에 불과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흥행이 어려웠다.

부동산 전문가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수요자가 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입지가 좋고 교통과 생활여건이 잘 갖춰진 신축 대단지라면 월세로 거주할 만한 유인이 있다고 본다"면서 "임대차법 개정 이후로 서울 중심지 인근에는 전세는 물론 반전세 물건도 없어졌기 때문에 청약을 대기 중이거나 목돈이 부족하다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도 주변 시세가 오르면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는데다 분양 전환조건이 없는 임대주택인만큼, 전세대출의 금리 조건과 임대주택의 월세 부담 등을 꼼꼼하게 비교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제도가 시행되면서 민간 임대주택도 4년 거주가 보장되고 임대료도 5% 이상 올리지 못한다.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액을 늘리는 조건은 있지만, 완전히 전세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 수도권, 지방 등의 전월세 시세의 격차가 큰 만큼 지역에 따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크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다.

‘고척 아이파크’의 아파트 전용면적 64㎡형의 경우 임대 보증금은 2억3400만원이고, 월세는 주택형과 층에 따라 47만~52만원으로 산정됐다. 전월세 전환율 2.5%를 대입한 해당 면적형의 전세 보증금은 4억6960만~4억8360만원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지난달 27일 기준 구로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공급면적 3.3㎡당 평균 1253만원이다. 이를 전용면적 64㎡형으로 환산하면 비슷한 면적형의 구로구 아파트 전세가는 평균 4억228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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