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 홍남기의 말장난

진중언 기자 2020. 12. 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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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회의서 집값 급등 상황을 "진정세가 주춤"으로 표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일 오전 ‘제1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집값 동향에 대해 “서울 중저가 지역 중심으로 최근 매수 심리 진정세가 주춤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전세난 여파로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을 ‘진정세가 주춤하다’는 낯선 표현으로 위장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집값 폭등을 저렇게 표현하는 기술이 놀랍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이나 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홍 부총리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인식하는 주택시장 상황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지난달부터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 중심으로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며 서민·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 기관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11월 전국 아파트 값 상승률은 10월(0.4%)보다 0.35%포인트 더 높은 0.7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02% 올라 9년 만에 최고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069만원으로 10월 대비 2392만원 올랐다. 한 달 사이 오른 액수가 올해 최저임금 근로자의 연봉(2154만원)보다 많은 셈이다. 전셋값 상승과 보유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월세 가격까지 치솟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지난달 전국 주택 월세 상승률은 0.18%로 통계를 집계한 2015년 7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 수장들이 모였지만, 회의 내용은 ‘맹탕’이었다. 비어 있는 임대주택 공급, 공공전세 도입 등 ’11·19 전세대책' 때 발표한 내용을 나열했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서 매매·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반복됐다. 홍 부총리는 “향후 2년간 11만4000가구 규모의 전세형 공공임대가 충실하게 공급되면 주택 공급 물량이 평년 수준보다 많아 불안 심리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책이란 대책은 다 내놓았는데도 집값·전셋값은 안 잡히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정책 담당자들이 하나마나한 회의만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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