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도 너무 좁다, 신혼 매입임대 80%가 36㎡ 안돼

정순우 기자 2020. 11. 2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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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주거 기준에 못 미쳐.. 이 중 12%는 7.9평도 안돼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의 약 80%가 정부에서 정한 최저 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전세난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인데, 계획 물량의 상당 부분이 이런 매입임대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입주자를 모집하는 서울 신혼부부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204가구 중 77%에 해당하는 157가구가 3인 가구 최저 주거 기준 면적인 36㎡(약 10.9평)보다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4가구(11.8%)는 2인 가구의 최저 주거 기준(26㎡·약 7.9평)에도 못 미쳤다.

주변 시세보다 30~40% 저렴한 신혼부부 매입임대는 소득기준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성년 자녀가 있어야 1순위 신청이 가능하고, 경쟁이 붙으면 자녀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입주자 대부분이 3인 이상 가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공급되는 주택은 3인 가구가 살기엔 턱없이 좁은 원룸 수준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상당수가 빈집이다. 올해 8월 기준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방치된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은 4044가구로 2017년(1822가구)보다 배(倍) 넘게 늘었다. 이 중 신혼부부형이 2384가구로 전체의 59%에 달했다.

정부는 최근 ’11·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향후 2년간 전국에서 총 6만2000가구의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매입 단가가 비싼 공공전세 1만8000가구를 제외한 4만4000가구는 기존과 같은 기준에 따라 공급되기 때문에 신혼부부 매입임대처럼 비좁은 집이 상당수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3~4인 가구가 거주 가능한 중형임대주택도 2025년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그 규모는 전국 2000가구에 불과해 시장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언석 의원은 “고위 공직자들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30평대 관사까지 쓰면서 서민 신혼부부에겐 10평 남짓한 집을 권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숫자 채우기 식의 정책은 지양하고, 국민 삶의 질을 고려한 합리적인 임대주택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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