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年 5척 건조 가능” 수혜 기대
미국 함정 건조 시장 개방 시 수혜 기대
18일 찾은 울산 동구 전하동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6독(Dock·선박건조장). 한국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2번함의 해상레이더를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11월 해군에 인도된 이 구축함은 정조대왕함급 사양으로, 오는 5월 진수를 앞뒀다.
바로 옆 7독에선 필리핀에서 수주한 원해경비함이 건조 중이었다. 안벽에서는 필리핀 초계함 두 척이 나란히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특수선 야드는 이지스 3번함과 필리핀 원해경비함 등의 블록 제작으로 활기를 띠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총 12척의 국내외 수상함(水上艦)이 동시에 이 곳에서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조선업 부활’ 청사진에 따라 한·미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상함에 주력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의 함정 건조 시장이 개방되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 방위사업청의 전략에 따라 라이벌 기업인 한화오션과 ‘함정 수출 원팀’을 꾸려 현대중공업은 수상함 수출을,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출을 각각 맡기로 하면서 대미(對美) 수출 경쟁력도 더 확보했다.
코트라(KOTRA)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향후 30년 동안 해마다 42조원어치 군함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 기간 총 364척의 새 함정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매년 평균 12척씩 함정을 건조해야 한다.
미국이 군함을 늘리려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조선업을 바탕으로 해군 전력을 강화해 미국을 능가하는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 조선업은 명맥이 끊겼다. 과거 400여 개에 달했던 조선소는 현재 20여 개만 남았다. 함정 전문가들은 “2030년 이전에 중국 해군이 현대화된 수상함을 400척 이상 보유할 예정이라 미국은 지체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에 주목한다. 현대 해전에서는 엄청난 전력의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함정이 필요하다. 이지스함은 여러 척의 항공기와 전함, 미사일, 잠수함을 탐지하고 제압할 수 있어 ‘신의 방패’로 불린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이지스함을 건조할 수 있는 제너럴다이내믹스와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는 미 해군이 요구하는 연간 신조 건수(3척)에 못 미치는 연 1.6~1.8척만 건조한다.
이에 미국의 현실적 방안은 동맹국에 이지스함, 호위함 등의 건조를 요청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미국과 동일한 이지스함을 건조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이중 한국은 최고 성능의 이지스함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건조할 수 있고, 건조 기간도 미국 현지 건조의 3분의 2 수준으로 짧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과 같은 성능의 이지스함을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는 엔지니어도 250명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함을 직접 설계, 건조하는 국내 유일 조선사다. 한국 해군이 보유하게 될 6척의 이지스함 중 5척도 직접 건조하고 있다. 함정 건조에서 가장 어렵다고 평가되는 이지스 전투체계까지 통합할 수 있는 ‘전투체계통합팀’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미 함정 건조시장 개방에 앞서 이지스함 생산 능력 확대 등에도 나설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정우만 상무는 “현재 특수선사업부가 보유한 구축함 전용 독만 해도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9800t)에 해당하는 이지스함을 매년 1척 이상 생산할 수 있다”며 “미국과 해양방산 협력이 본격화된다면 한해 5척까지 건조할 수 있고, 더 확장할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08년 국내 최초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을 해군에 인도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세종대왕함의 설계를 맡았다. 최근에는 한국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을 해군에 제때 인도해 성능, 비용, 건조 기간 측면에서 인정받았으며, 2번함과 3번함도 건조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의 군함 유지보수(MRO) 사업에도 나섰다. 올해 2~3척의 MRO 시범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고, 미 해군 함정의 MRO 작업표준 정립 후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코트라는 미국 함정 시장이 한국에 활짝 열리면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에도 혜택이 돌아가 K-조선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칸센 박살내자” 달리는 열차서 여성들 난투극… 왜? [방구석 도쿄통신]
- [수요동물원] 해구신도 아니고...바다사자머리를 왜 베어갔나
- “아버지가 의사? 그럼 고백해”… 유명 유튜브가 대치동 초등생에 한 말
- 실종신고된 60대 남성, 차량에 깔려 숨져 있었다
- 전남서 9번째 구제역 발생...영암 한우 농가
- ‘오타니 멀티히트’ 다저스, 컵스 누르고 도쿄 시리즈 1차전 승리
- 권익위, ‘윤석열 파면’ 성명 낸 공무원 중징계 추진… “국가공무원법 위반”
- “폭설에 고립”… 강원대 도계캠퍼스 학생·교직원 340명 발묶여
- BNK, 창단 첫 챔피언전 우승까지 1승 남았다
- 與김상욱 “계몽령? 왕정도 아니고... 보수가 가장 분개해야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