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안한 움직임 속에 나홀로 폭주 오피스 괜찮나..

김노향·김창성 기자 2020. 11. 1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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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거래시장, 마구잡이 호가 올려 폭탄 돌리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지만 올 3분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법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1000억원 이상의 대형 오피스 계약도 잇따라 성사됐다. /사진=뉴스1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올해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째 증가했다.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56.6%. 10명 중 8명은 주택 외 ‘기타 부동산’을 보유했다. 기업도 마찬가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지만 올 3분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법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1000억원 이상의 대형 오피스 계약도 잇따라 성사됐다.

이런 투자 쏠림 현상의 원인은 두 가지. 매매 시세차익을 결정하는 호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다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보니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익을 내 정기적인 현금을 창출하는 것이 본래의 투자 목적이지만 현재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투자 대비 소득이 낮음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거품만 잔뜩 낀 ‘속 빈 강정’인 셈. 경기 전반이 나쁜 상황에서 오피스 가격만 계속 오르기는 힘들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

#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하나로 꼽히는 광화문 일대. 법인을 운영하는 A씨는 올 초 사무실 용도로 사용할 2층짜리 건물을 알아봤다가 이내 단념했다. 건물 위치나 노후도 등을 볼 때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개인이 처음 제시한 가격은 65억원. 하지만 A씨가 계약을 망설이자 중개인은 5억원 정도의 가격협상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A씨는 매매 적정가격이나 정확한 시세를 알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매수를 보류했다.

# “나는 ○○억원만 받으면 돼. 나머지는 사장님이 알아서 받으세요.”
토지·빌딩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컨설턴트법인 대표 B씨는 “오피스 가격이 사실상 매도인과 중개인에 의해 정해진다”고 귀띔했다. 빌딩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토지 공시지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인구 밀집도나 교통 환경 등을 감정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그렇지 않다. 개인 자산가나 소규모 사업가가 거래할 수 있는 100억원대 안팎의 건물은 매도인이 제시한 희망가격에 중개인이 법정 한도를 넘는 보수를 임의대로 정하는 관행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주로 법인 간 거래가 성사되는 영역인 1000억원대 대형 오피스도 ‘부르는 게 값’인 구조. B씨는 “다만 대형 오피스의 중개보수는 법정 요율 대비 50% 안팎 수준에서 협의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의 빈틈 파고든 오피스시장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가격에 오피스 빌딩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공공재 성격을 가진 주택과 달리 사실상 규제가 없어 그만큼 투기의 문턱이 낮다. 정부가 다주택자뿐 아니라 법인의 부동산 취득세와 보유세 등을 강화했지만 대출 역시 적정 한도가 없는 점도 투기요인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KB금융타워 건물을 2666억원에 매각했다. 매수인은 부동산 신탁·매매 전문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 KB자산운용이 6년 동안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임대수익과 매매차익은 627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KB자산운용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99억8100만원이고 순이익은 215억5400만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0%와 16.0%가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해 입은 금융상품 손실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4억9100만원(1741%) 늘었지만 오피스 시세차익이 반년치 순이익의 3배에 가까웠다.

지속되는 저금리와 경기불안에도 건물가격이 계속 오르자 유명 연예인의 부동산 재테크도 화제를 모았다. 배우 손예진은 올 7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160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하는 데 현금 44억원이 들었다. 116억원(72.5%)은 대출금이다. 그룹 소녀시대 유리(권유리)도 같은 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물을 128억원에 매입하며 대출을 105억원(82.0%) 대출받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연예인 빌딩으로 화제를 모은 사례 대부분이 인근 건물이나 상가의 가격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며 “부동산업계 종사자나 공인중개사가 이런 점을 이용해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가격만 올릴 뿐 아니라 새로운 투기자본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까지 인상시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형 오피스 시장, 매도인 우위”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인력 구조조정이 심화되는 상황에도 오피스 투자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부동산투자회사 ‘CBRE 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직전 분기 대비 123.0% 증가해 6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오피스 거래는 약 76.0%에 달했다. 

올해 트윈시티남산와 센터포인트 돈의문 등 대형 오피스가 잇따라 거래를 성사시킨 가운데 현대해상 강남사옥은 ㎡당 가격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인 3600억원 매각에 성공했다. 서울 A급 오피스(연면적 3만3058㎡ 이상)의 올해 평균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오피스 가격이 오르는 것과 정반대로 빌딩 투자가치는 점점 떨어지는 모양새다. 서울의 A급 오피스 공실률은 올 3분기 11.4%로 직전분기대비 3.3%포인트 상승했다. 실질 임대료는 0.4%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2분기 서울 오피스 투자수익률도 0~1%대다.

빌딩매매 전문 컨설턴트기업 ‘원빌딩’의 김주환 전무는 “오피스 수익률이 0% 가깝게 된 건 오래된 일”이라며 “양도차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피스는 완전한 매도인 우위 시장이어서 가격협상의 개념이 없다. 새로운 투자자의 매수 의사가 있으면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률 바닥인데 ‘폭탄 돌리기’ 하나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투자처의 부재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경기 전망이 나쁜데도 오피스 가격만 지속해서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부 지역은 오피스 가격 거품이 심각하지만 전체 통계를 보면 자본이득 감소가 이미 현실화됐다.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임대료 수입인 소득수익률과 시세차익을 의미하는 자본수익률 2개로 분류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전국 1.33%, 서울 1.57%다. 이는 2017년 3분기 1.39%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 서울만 보면 소득수익률은 1.08%로 1%대를 유지했지만 자본수익률은 0.49%다. 서울시내 3대 업무지구 중 여의도(0.67%)를 제외한 광화문(0.05%)과 강남(0.41%)의 자본수익률은 평균보다 낮았다. 자본수익률이 평균 대비 높은 강남 테헤란로 역시 올 1분기 1.27%에서 2분기 0.91%로 3개월 새 0.36%포인트 내려갔다.

또 다른 문제는 펀드 부실화다. 법인 대부분은 자기자본이 아닌 부동산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와 운영을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3월에 국내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한 달 전 대비 2391억원 감소한 101조7792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감소한 건 2015년 8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었다.

영국에선 3월 중순 이후 10개 가까운 자산운용회사가 부동산펀드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 가치평가가 어려워졌다는 이유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펀드가 운영 기간 임대수익을 올리고 만기가 도래하면 매각차익을 얻는 구조인데 만기 시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김노향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던 오피스 투자시장이 0%대 수익률을 보이며 바닥을 기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 여파로 시중은행의 개인 정기예금 금리가 1%대까지 낮아졌지만 오피스 시장은 그동안 높은 임대수익이 보장되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오피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투자수익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임차 수요는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곳곳에 공실이 넘치지만 일부 자산가와 법인을 중심으로 오피스 투자에 뛰어들며 거래는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예금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에도 수천억원대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는 높은 시세차익이 가능하기 때문.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을 넘는 수백억원대 시세차익이 단 몇 년 만에 발생하다 보니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수익 줄어도 부동산 가치는 상승?


한국감정원의 올 3분기 전국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에 따른 투자성과를 나타내는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1.32%로 직전분기대비 0.01%포인트 떨어졌다. 투자수익률은 임대수익을 나타내는 ‘소득수익률’과 자산가치의 변동을 나타내는 ‘자본수익률’로 분류한다.

같은 기간 국내 오피스의 소득수익률은 0.82%로 직전분기대비 0.23%포인트 하락했다. 정부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임대료 상승률을 연 5% 이하로 제한하고 낮은 물가상승률 영향으로 임대료 상승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은 예금금리보다 못한 수익률이다. 

반면 자본수익률은 직전분기대비 0.22%포인트 증가한 0.50%를 기록했다. 서울도 오피스 소득수익률은 0.87%로 직전분기대비 0.22%포인트 하락했고 자본수익률은 0.58%로 같은 기간 0.10%포인트 뛰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3분기에 재산세 납부 영향으로 운영경비가 증가하며 소득수익률이 떨어진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 여파로 오피스를 비롯한 모든 상업용 부동산의 자본수익률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소득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을 합한 서울 오피스의 투자수익률은 직전분기대비 0.12%포인트 떨어진 1.45%를 나타냈다. 감정원 관계자는 “수익률이 낮음에도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투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오피스는 정부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수급 예측이 가능해 투자자금이 유입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오피스 임대료 줄줄이 하락


코로나19 불황 여파로 고정적인 임대수익도 장담할 수가 없는 분위기다. 올 3분기 전국 오피스 평균 임대료는 1㎡당 1만7100원을 기록, 전분기대비 0.19%포인트 떨어졌다. 서울의 경우 오피스 평균 임대료가 1㎡당 2만2400원으로 같은 기간 0.06%포인트 하락했다.

임대료 변동 추이를 나타내는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모든 상업용 부동산 유형에서 하락한 가운데 오피스는 기준점 100보다 아래인 98.7을 나타냈다. 직전분기대비로는 0.19%포인트 내려갔다. 
감정원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공실이 장기화되는 지방 노후 오피스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감소하고 매물이 증가했다”며 임대료 하락의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오피스 시장이 상가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장기화에 결국 3분기 임대료가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의 3분기 오피스 임대료는 ▲종로·광화문 일대 1㎡당 2만8000원(전분기대비 -0.10%포인트) ▲강남 2만3300원(-0.05%포인트) ▲여의도 1만8200원(-0.03%포인트) 등으로 모두 하락했다.



법인도 꼬마빌딩에 뛰어들었다


이런 상황에도 오피스 거래량은 증가 추세다. 부동산컨설팅법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2017~2020년 3분기 중소형 빌딩(매매금액 1000억원 미만) 거래량은 ▲2017년 313건 ▲2018년 265건 ▲2019년 241건 ▲2020년 355건 등으로 3년 만에 증가했다. 올 거래량은 1년 만에 47.0% 급증했다. 이는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낮은 상업용 빌딩에 자본이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금액을 봐도 올해가 압도적이다. 연도별 3분기 거래금액은 ▲2017년 1조6200억원 ▲2018년 1조9500억원 ▲2019년 1조9400억원 ▲2020년 3조1700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가격대별 거래량과 거래금액을 보면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50억원 미만 170건(4900억원) ▲50억~100억원 104건(7000억원) ▲100억~200억원 59건(8000억원) ▲200억원 이상 22건(1조18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매수자 유형을 보면 ▲50억원 미만 개인 113건·법인 57건 ▲50억~100억원 개인 54건·법인 50건 ▲100억~200억원 개인 19건·법인 40건 ▲200억원 이상 개인 5건·법인 17건이다. 매수 용도별로 보면 ▲임대수익용 개인 67건·법인 47건 ▲투자수익용 개인 83건·법인 65건 ▲사옥용 개인 39건·법인 47건 ▲분양상가 개인 5건·법인 2건 등이다.

이재국 리얼티코리아 마켓리포트연구팀장은 “가격대별 투자 주체를 보면 개인 투자자는 50억원 미만으로 몰리고 법인 투자자는 각 구간별로 고루 분포돼 개인과 비슷한 비중을 보인다”며 “낮은 물가상승률과 경기 악화로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판단돼 쏠림현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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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김창성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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