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조급증에 방향 잃어" "양도세 낮춰 매물잠김 풀어야" [임대차2법 100일]

박지영 2020. 11. 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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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 혹평세례
임대차2법으로 전세 소멸상태
집값만 밀어올린 '실패한 정책'
"임대차기간 4년案 입법 됐다면
시장 혼돈 더 극심했을 것" 지적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임대차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지만 '방향이 틀리다'고 지적한 전문가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준비없이 밀어붙인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금 하지 않으면' 법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집권여당의 조급증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구조적인 전셋값 상승을 가격통제 수단으로 대응한 임대차 2법은 오히려 전세 소멸로 이어져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으로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2+2' 아닌 '4년'까지 검토한 정부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5만2000가구였던 전국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새 임대차법 통과 후인 8월 4만가구, 9월에는 3만가구로 줄었다.

전세난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이라는 여당과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현행 '2+2년'으로 결정된 새 임대차보호법의 원안은 갱신 없는 '4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4를 2+2로 '완화'했다는 게 한 정부관계자의 설명이다. 검토단계에서 그쳤지만 임대차기간 4년안이 입법됐다면 시장의 혼돈은 더 극심해졌을 거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실 전셋값 상승은 구조적으로 예견된 결과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 통과 이전에도 1년 넘게 상승했다. 저금리로 전세보다 반전세나 월세 비중이 높아졌고, 무주택기간이 길수록 가점이 높아지는 지금의 청약시장에서 임대차시장으로 내몰리는 대기 수요가 많아졌다. 입주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점은 임대차시장 불안의 근본원인이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이번 새 임대차법이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수혜층보다 피해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새 임대차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 외에 임대인, 부동산중개인 등 다른 모든 플레이어들에게는 실패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책 준비과정에서 장기, 단기, 지역효과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양도세 완화 등 즉효약 시급

문제는 앞으로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당정이 전세대책으로 임대주택 확대와 전월세 갱신 '3+3법안' 등을 전세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우선 현재의 전세난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우려에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3기 신도시 입주는 지금으로부터 5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야 가능하다"면서 "당분간 무주택자들의 주거안정은 고사하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 역시 "저금리 장기화로 기존 전세매물들의 월세화가 지속될 수 있어 공급은 더욱 부족해질 것"이라면서 "특히 임대차기간 4년이 지난 후 갱신할 때 가격이 폭등하는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전세난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대규모 공급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다세대·다가구 건설임대를 확대하고 기존의 전세물건들이 월세로 전환되는 것을 최대한 막을 필요가 있다"면서 "전세임대에 대한 메리트가 필요하며 보증보험 가입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집주인한테 세금혜택을 준다든가 전세를 매매수요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양도세를 낮춰 다주택자 보유물량이 시장에 공급되게 하는 방법이 근본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명지대 권대중 교수는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매물들이 시장에서 매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박사도 "임대차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실거주 요건의 완화나 양도세 등 거래세를 대폭 낮춰 다주택자의 보유물량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도 혜택은 유지시켜 주되 임대차시장에서나 매매시장에서의 매물로 거래될 수 있도록 해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거래 활성화로 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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