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채 고령자 稅폭탄 현실화..월세 올려 부담 전가 가능성도

박상길 2020. 11. 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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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9억원 미만은 2030년
15억원 이상 2025년 90% 도달
주택 형태·집값별 완급 조절
"결국 증세하겠단 규제에 불과"
전월세 시장 대란 더커질 수도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모든 부동산에 대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두고 '완급 조절'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증세에 불과한 정책이라 조세 저항만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3일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은 최근 국토연구원이 공청회를 통해 제시한 유력안과 동일하다.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리되 도달 시점을 유형별·가격대별로 다르게 설정했다.

단독주택은 2035년, 공동주택은 2030년, 토지는 2028년까지 현실화율 90%로 맞춘다. 같은 주택 유형에서도 가격대에 따라 목표 도달 시점은 다르다. 공동주택 중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현실화율이 90%에 도달하지만 15억원 이상 주택은 5년 앞선 2025년에 90%에 도달한다. 한 날에 모든 부동산의 현실화율을 90%로 맞추면 중저가 부동산을 소유한 서민들의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저가 부동산보다 고가 부동산의 현실화율이 낮았지만 정부가 작년과 올해에 걸쳐 고가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대폭 끌어올려 현재는 저가 부동산의 현실화율이 훨씬 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로드맵을 추진하면서 현실화율 도달 목표 시점을 통일한다면 저가 부동산의 공시가격 인상폭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고가 공동주택은 이미 워낙 현실화율이 높은 점이 감안됐다"며 "단독주택이든 공동주택이든 비슷한 가격대의 주택은 현실화율이 비슷하게 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현실화율 제고 속도를 다소 달리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이 추진되면 주택과 토지간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는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은 역전 현상이 4∼5년 내 대부분 해소될 수 있고 9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 현실화율(52.4%)이 토지(65.5%)보다 낮지만 현실화 기간에 역전현상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9억원 이상 주택의 인상율은 공동주택의 경우 연 3%포인트씩 올리게 했지만 단독주택은 9억∼15억원 3.6%포인트, 15억원 이상 4.5%포인트로 인상폭을 설정해 고가일수록 현실화율 폭이 가팔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이 결국 증세를 위한 규제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전세난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세입자들이 더욱 피해를 보게 되며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은퇴고령자들의 조세 저항도 거셀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이 시세의 90%수준까지 높아지는 시점을 주택 유형에 따라 기존 최대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리긴 했지만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시세가 보합세를 보이더라도 재산세의 과세표준인 공시가격 변동률의 상승은 매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목표치가 바뀌지 않는 한 보유세 인상 및 증세를 위한 조삼모사책이란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8억9147만원의 호당 거래가를 기록하는 서울지역의 1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완화 정책의 소외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특히 1주택자에 대한 세율 인하조치가 3년간 한시적용이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내년까지 전세가격 불안이 지속된다면 보유세 부담의 임차인 전가에 따른 전세가 상승과 보증부 월세 현상의 고통이 임차인에게 전이될 우려가 남아있다"며 "고가주택 및 은퇴한 고령층의 조세부담에 대한 불만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은 대폭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에 주택수 줄이기에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 세 부담이 커져 자식에 증여 혹은 시장 매각 놓고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후 대비 자산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질 것"이라며 "부동산을 통한 개인적 노후 복지는 세금 부담을 감안하면 메리트가 떨어져 금융자산과 분산하는 경향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는 일종의 현금흐름인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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