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세부담 없다더니.. 서울 1주택자도 보유세 오른다
국민일보, 주요 아파트 내년 납세액 분석
서울 강남뿐 아니라 중저가 주택이 많은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지역 1주택자도 내년에 부담해야 할 보유세가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을 겨냥한 증세라며 “실거주 목적의 1세대 1주택자는 추가 세 부담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31일 신한은행 우병탁 세무사에게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에 사는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농어촌특별세 등 모두 포함) 부담 변화를 계산한 결과는 정부 주장과 달랐다.
분석 결과 서울시내 아파트를 보유한 1세대 1주택자 모두 현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보유로 인한 세 부담이 해마다 늘었으며, 내년에도 규모만 다를 뿐 세 부담이 늘 것으로 전망됐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 중계건영2차아파트(전용면적 84.96㎡)에 사는 1주택자 A씨는 올해 보유세로 총 73만2336원을 내야 한다. 이는 지난해 낸 보유세 66만8448원보다 9.5%가량 오른 금액이다. 내년 공시가격 인상률을 10%로 가정할 때 A씨가 내야 할 보유세는 80만5570원으로 10% 오른다. 구로구 구로주공아파트에 사는 1주택자 B씨 역시 올해 보유세로 총 78만8509원을 내야 하지만 내년에는 보유세가 총 86만7359원으로 오른다.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보유세 상승 폭은 이보다 더 크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전용면적 84.99㎡)에 거주해온 국립대 교수 김모(58)씨는 올해 보유세로 총 701만1192원을 내야 한다. 현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만 해도 김씨의 보유세는 251만7600원이었다. 김씨의 집은 2017년에는 공시가격이 8억8000만이었지만 올해 17억46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집값은 2배 올랐는데 보유세는 2.8배 가까이 올랐다.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을 10%로 가정할 때 김씨가 내야 할 보유세는 총 1005만9660원으로 4년 만에 4배 가까이 치솟게 된다.
정부는 올해 6·17 대책과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 단기 거래 주택 등 투기 수요를 겨냥한 증세를 쏟아냈다. 법인과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3.2%에서 6.0%로 높아졌고,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도 최대 30% 포인트로 인상됐다. 최대 3%였던 취득세 역시 12%까지 뛰었다. 정부 조치에서 1주택자를 겨냥한 증세는 없었다.
그런데도 강남 3구나 노·도·강 등 지역과 관계없이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근본 원인은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부세 산정 근거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증가에 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과세 기준으로 삼는 주택 가격을 의미한다. 그동안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커 고가주택을 가진 자산가에 대한 과세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현 정부 들어 해마다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게 올려 왔다. 주택 공시가격 대비 실제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의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해 85%에서 올해 90%로 올랐다. 정부가 아무리 “1주택자를 겨냥한 증세는 없었다”고 항변하더라도 실거주 1가구 1주택자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증세 목표가 주택시장 안정에 있는지, 세수 확보에 있는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특히 보유세뿐 아니라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까지 동시에 인상함으로써 매물 잠김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여러 사례를 봐도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았다는 사례는 없다”며 “다주택자 등에게 세 부담을 높이면 세입자 등에게 조세 증가분이 전가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전성필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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