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로 번진 전세대란, 20평대 아파트가 8억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A아파트 전용면적 59㎡(공급면적 25평형)가 이달 10일 8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두 달 전 같은 면적의 전세 거래 가격(7억1000만원)보다 9000만원 뛴 것이다.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2018년 7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입주 초기의 전셋값은 5억~6억원대였다.
정부가 지난달 말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한 달여 지난 현재, 서울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전세 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천, 분당 등 인기 지역에서는 아파트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가격이 오르는 등 서울의 '전세 대란'이 확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로 확인되는 이 지역들의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못지않거나 오히려 더 높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있는 데다,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자가 과천 등 경기도 지역 전세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전세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20평대가 8억원, 불붙은 과천 전셋값
과천 원문동 B아파트도 이달 14일 전용 59㎡가 8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입주한 지 10년이 넘지만 과천에서 가장 큰 대단지(2899가구)여서 전세 수요가 많다.
성남시 분당구 역시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분당 이매동 C아파트 전용 132㎡는 지난 8일 7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한 달 전에는 같은 면적이 5억9000만원이었다.
KB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분당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前週) 대비 0.59% 올랐다. 과천도 0.64% 상승했다. 두 곳 모두 서울 평균(0.38%)보다 많이 올랐다. 과천의 경우, 임대차법 개정안 통과 직전인 지난달 27일 기준 0.2%였던 주간 상승률이 3배로 뛰었다.
과천, 분당 외에도 곳곳에서 전셋값 폭등이 나타나고 있다. 수원 영통구는 지난주 0.87% 오르며 수도권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광주(0.66%), 군포(0.56%), 하남(0.54%), 안양(0.51%), 광명(0.35%), 평택(0.31%) 등도 크게 올랐다.
KB가 25일 발표한 8월 월간 전셋값 상승률 역시 수원 영통(1.67%), 성남 분당(1.61%), 광명(1.31%) 등 경기도 일부 지역이 서울 평균(1.07%)을 앞질렀다.
◇전세 수요 많은데 매물은 급감… 앞으로가 더 걱정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경기 남부에서 총 42만5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들 대부분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공공택지여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30%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을 노리는 사람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면서 분양 시점 기준으로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하고 있어야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 싸게 아파트를 당첨받기 위해 집 사는 걸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전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전셋집 공급은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아파트실거래가) 분석에 따르면, 24일 기준 분당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446건으로 한 달 전보다 82.2% 급감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분당에 이어 성남 수정구(-65%), 광명(-64%), 의왕(-60%), 고양시 일산서구(-60%), 구리(-58%), 용인 수지구(-57%) 순이었다. 경기도 전체로는 전세 매물이 46.7% 줄었다.
전세 시장의 수급 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를 봐도 경기도의 수급 불균형은 서울 못지않게 심각하다. 지난주 경기도의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서울(189.6)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 숫자는 KB가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0~200 사이의 심리 지수로, 100보다 크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가을 이사철이 되면 전세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린 사람들이 실거주 요건을 갖추려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경기도 인기 지역의 전세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반면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이 실제 아파트로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세난은 당분간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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