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하자" 7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 14년만 최대치
-규제 피하기 위한 거래 급증 분석
-규제지역 벗어난 부산 김포 계룡 등 아파트값 상승
-아파트 증여도 사상 최대치 기록
-6·17, 7·10, 8·4 정책 효과 나타날까 관심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7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가 10만2628건으로 2006년 말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1만6000여건은 2006년 1월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다. 전셋값도 8월 셋째주 60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여름철 비수기가 무색하다.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넘치는 유동성은 규제가 더해질수록 틈새를 찾아 흘러가는 분위기다.
당장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값 상승률은 1%대에 그쳤지만, 행정수도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세종아파트 매매가는 전월 대비 무려 6.53% 오르며 시중 대기자금을 가늠케 했다.
돈이 흘러간 곳은 세종만이 아니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서울 및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는데, 여기서 제외된 지역으로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또 ‘풍선효과’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대비 7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89%, 서울 지역은 1.12%를 나타냈다. 반면 6·17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비껴간 김포는 2.96%, 부산 해운대구도 2.13%로 집계됐다. 김포지역의 이같은 상승률은 2017년 11월 이후 월간 단위 최고치다.
충청권에선 대전·청주가 규제지역에 지정되자, 계룡지역 아파트값이 갑자기 3.18% 올랐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현재 조정대상지역이 전국의 69곳으로 사실상 섬이나 산간벽지를 제외하고 벗어난 곳이 많지 않다”면서 “때문에 규제지역이 아닌, 정주성이 높은 지역은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당 지역 주민들이 오히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읍소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국토교통부 여론광장엔 특히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가 재지정에서 빠지면서, 집값이 올라간 부산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연초 8억원대에 거래되던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자이 2차 1단지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1억원선에 팔렸다.
지난 7월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4153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450건의 증여가 일어난 셈이다. 아파트 증여는 올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6000여건 정도였다.
그러나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세율을 대폭 높이자, 한 달 새 증여가 2.3배 늘었다. 정부는 이들 매물이 시장에 풀리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도 3362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월(1473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 시장에선 매물이 준다. 증여를 받은 아파트는 5년간 보유 후 매도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오히려 시장 안정을 위해선,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전한다.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곳은, 매물이 잠기면 부르는게 값이 된다”면서 “보유세 등이 부담되는 다주택자는 쉽게 팔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에선 매물 감소가 현실이 되고 있다. 청약·양도세·재건축 등 각종 규제에서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데다가 임대차법 시행에 따라 ‘전세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 상승 흐름도 가파르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한 주 만에 0.12% 올랐는데, 경기 전세는 0.23% 올랐고, 과천은 0.51%가 상승했다. 서울 전세 시장 상승이 수도권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과천의 래미안슈르 아파트 59㎡는 이달 14일 9층 전세가 보증금 8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달 전 거래건 가운데 보증금이 가장 높았던 7억4000만원 보다 1억원 가량 높은 가격이다.
정부는 23번의 대책을 통해 대출을 어렵게 하고 세금을 늘려 매매 거래를 까탈스럽게 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수요 옥죄기 정책을 써 왔다. 급기야 6·17 에서는 서울 강남권 개발 예상 지역에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해 지방자치단체에 실거주자만 ‘허가’를 받아 집을 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타난 결과는 집값도 못잡고, 인근 지역 집값까지 덩달아 올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인 대치동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아파트 84㎡는 5월 보유세를 아끼려는 다주택자 급매물이 나왔을 때 20억원 아래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에는 토지거래허가를 뚫고 23억원에 팔렸다. 올 들어 최고가다.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거래된 4건 모두 직전 거래가보다 높다.
대치동을 묶자 같은 ‘학세권’인 도곡동이나 개포동 집값이 오른 것도 아이러니다.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까지 ‘풍선효과’를 부른 셈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1만6002건으로 전월(1만1106건) 대비 44% 늘었다. 전년 동기(7009건)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거래 급증의 한 원인으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꼽고 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건은 2006년 11월 이후 최대 거래규모”라며 “저금리 유동성으로 인한 매수 수요 급증과 규제를 피하기 위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6·17과 7·10 규제 효과를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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