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실종에 부랴부랴 전월세 전환율 낮춘 정부.. 효과 있나

전슬기,전성필,이종선,이택현 2020. 8. 2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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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보호 위해 4.0 → 2.5%로.. 강제성 없어 '종이호랑이' 그칠 듯
한 행인이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나고 있다. 정부가 이날 전월세 전환율을 4.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밝힌 가운데 시장에서는 강제성이 없는 ‘종이호랑이’ 보완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월세 전환율을 4.0%에서 2.5%로 낮춘다. 예를 들어 5억원 전세 중 1억원을 월세로 돌릴 경우 월 임대료가 33만3000원에서 20만8000원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전월세 전환율 제도 자체가 강제성이 없고, 조정 비율도 높은 편이어서 ‘종이호랑이’ 보완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19일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법정 월 차임 전환율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기간 중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 중 월세로 돌릴 액수에 해당 비율을 곱한 후 12개월로 나누면 월 임대료가 나온다. 현재 전월세 전환율은 ‘기준금리+3.5%’다. 이를 ‘기준금리+2.0%’로 바꿀 예정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0.5%인 것을 반영하면 전월세 전환율이 4.0%에서 2.5%로 하락하는 셈이다.

정부의 전월세 전환율 조정은 임대차 3법 보완 조치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은 세입자의 2년 계약 갱신(2+2년)을 보장하고,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임대료 상한으로 현장에서는 전세 계약을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랴부랴 전월세 전환율을 손질한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일단 조정된 2.5% 전월세 전환율도 높은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016년 ‘기준금리의 4배’를 적용하던 전월세 전환율 산정 방식을 ‘기준금리에 일정 수치’를 더하는 현재 방식으로 바꿨다. 당시와 비교해 현재 기준금리가 2~2.5% 포인트 낮아진 데다 당분간 초저금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어 이 정도 하향 조정이 시장에 주는 충격은 적다.

강제성이 없다는 부분도 문제다. 부당 이익에 대해 세입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과태료 등 법적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제재 수단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법정 월임차 전환율을 따르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계약을 했다는 것 자체가 세입자도 동의했다는 의미여서 무효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 4.0% 전월세 전환율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거래정보를 반영한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택 종합 전월세 전환율 통계값은 지역과 주거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난 6월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5.9%였다. 서울은 5.0%였지만 경북은 8.6%, 충북은 8.4%를 기록하는 등 지역별 편차가 컸다. 법정 전월세 전환율이 지금처럼 4.0%였던 2018년 6월에는 주택 종합 전월세 전환율이 충북이 8.9%, 경북은 9.3%에 달했다.

다세대주택과 단독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훨씬 더 높았다. 2018년 6월의 경북과 충북의 주택 전월세 전환율이 높았던 것은 이 지역 단독주택 전월세 전환율이 11.4%까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2년 뒤인 지난 6월에도 경북 10.7%, 충북 10.4%로 법정 전월세 전환율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지난해 1월부터 4.0~4.1%를 오가 법정 전월세 전환율과 거의 일치했다. 그나마도 송파구는 3.5%대이고 노원구는 4.5%대로 시장 여건에 따라 수치가 들쭉날쭉했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4.6%, 수도권 전역은 4.3%였다. 이 역시 지방이 5%로 다소 높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준금리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더 낮아 임대인들이 월세 전환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정부 방침은 계약 갱신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을 하면서 전세 혹은 월세 금액을 크게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전성필 이종선 기자, 이택현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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