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던지자"..법인 아파트 급매물 나오나

황현규 2020. 8. 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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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비율 높은 경기·인천·청주 매물 늘어
세제혜택 없어지고 내년 양도세 늘어
임대차3법으로 새 집주인 찾기 어려울수도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법인 물량 쏟아질 텐데, 굳이 무리해서 살 필요 없어요. 조금 만 더 기다리면 매물 더 나올 겁니다.”(수원 영통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올해 초 법인들이 아파트 매물을 싹 쓸어갔다. 그런데 몇달도 안돼 다시 팔아달라고 연락이 오고 있다.”(청주 상당구 U공인중개사무소)

법인 소유 아파트 물량이 매물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6·17, 7·10 대책에서 정부가 법인 명의 주택에 대한 세금을 중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법인을 만들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급하게 내놓는 물량이다. 특히 법인 투자가 쏠렸던 청주 등 일부 지방에서는 아파트 급매까지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개인에게 던진 법인 아파트 3배로 껑충

2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7월 말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아파트(전용 50㎡)가 4억 3000만원에 팔렸다. 법인 소유 아파트로 세입자(보증금 1억 5000만원)가 있는 매물이었다. 이 아파트를 구매한 새 집주인은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 추후 실입주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비교적 저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노원구 일대에는 법인 소유 명의가 꽤 많다”며 “내년 5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법인 소유 아파트가 매물로 많이 나올 것 같아 기다리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노원구 아파트 거래 중 개인에게 팔린 법인 명의 아파트는 총 14건으로 나타났다. 전월 5건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거래량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법인 명의 아파트 매물이 늘어난 이유는 더 이상 법인을 통한 주택 보유의 혜택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다주택자들은 법인을 세워 개인 명의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전환해왔다. 절세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세법개정으로 법인이 보유한 모든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율이 개인과 마찬가지로 단일세율로 적용된다. 2주택 이하(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 이하)는 3%,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은 6%가 적용된다. 또 법인 주택의 종합부동산세액에 대해서는 기본공제 6억원과 세부담 상한도 적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년부터 법인 명의 아파트를 팔 시 양도세율도 기존 10%포인트 높아진다. 그 전에 주택을 처분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매물이 나오는 이유다.

법인 투자 판쳤던 인천·청주…법인 발 급매까지

심지어 인천·청주 등 최근 법인 명의 아파트가 크게 늘었던 지역에서는 법인 소유 아파트 급매까지 나올 조짐이 보인다. 올해 상반기 법인 소유 아파트 비중은 경기·인천·청주에서 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5월) 법인이 사들인 개인 명의 아파트 비중은 2017년과 비교해 경기 0.7%→6.4%, 인천 0.6%→8.2%, 청주 0.9→12.5%로 늘었다.

특히 6·17 대책으로 해당 지역이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법인의 매수세가 확 꺾인데다가, 법인의 혜택을 대폭 줄이면서 법인 명의 아파트 급매가 나오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제공)
이날 중개업소에 따르면 청주 상당구 용암동 중흥마을마이빌 전용 59㎡ 아파트가 1억 4000만원에 나왔다. 기존 호가보다 1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법인 소유인 이 아파트는 전세 보증금이 1억 1000만원으로, 매매가와 불과 3000만원 차이에 불과하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리모델링한 아파트인데도 아파트값을 못 올리고 있다”며 “가격 조율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6월 아파트 매매건수를 보면 6월 개인에게 팔린 법인 명의 청주 아파트는 118건으로 전월 47건에 비해 2.5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법인 명의 아파트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심지어 임대차3법의 시행으로 전세 낀 아파트 매수가 꺾인다면, 몸값을 낮춘 법인 소유 아파트가 급매로 나올 여지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법인 명의로 아파트를 가지고 있던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이 커지면서 일명 ‘던지는 매물’이 많아 질 것”이라며 “대부분 법인 소유 아파트가 전세 세입자가 있는 매물인 탓에 매매 거래도 쉽게 되지 않아 ‘급매’ 형태로 나오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황현규 (hhky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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