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실거주 요구'에 세입자 불안..재계약 놓고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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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이 전격 시행된 31일 부동산 시장은 혼란스런 모습이다.
계약 기간이 남아 하루 아침에 임대차법 적용을 받게 된 집주인과 세입자들도 혼란이 가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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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선 집 안 보여주는 세입자도 등장
서울 아파트 전셋값 57주 연속 상승
신규 임대땐 4년 상승분 한번에 인상
복잡한 실거주 규제 전세난 심화 예고
#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A씨는 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이 월세를 두 배로 올리겠다는 연락을 해 깜짝 놀랐다. 보증금 5억원, 월세 100만원에 살고 있는데 갑자기 월세만 2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주변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약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집주인은 A씨에게 손해배상 시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임대차법이 전격 시행된 31일 부동산 시장은 혼란스런 모습이다. 계약 만기가 남은 종전 세입자는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만기가 얼마 남지 않거나 새로 전월세를 구해야 하는 신규 임차인은 오히려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집주인이라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일단 앞으로 ‘전세 끼고 매매’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업소에서 얼굴 붉히는 집주인과 세입자=임대차법 시행 전부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계약서를 언제 쓰느냐”를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고속터미널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이 일대 전셋값이 많이 오르면서, 법 시행 전 가격을 올려서 계약서를 빨리 쓰자는 집주인과 쓰지 않겠다는 세입자 간 신경전이 장난이 아니었다”면서 “이달 재계약을 한 집주인들도 본래 재계약 시에는 시세만큼 올리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 계약하면 4년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시세만큼 올리면서 세입자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이 임대차법 적용을 앞두고 매매계약으로 인한 상호계약 무효 등을 염려해, 한 두 달 전부터 집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송파구 공인중개업소에선 “집을 보지 못하고 계약하는 경우는,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계약 기간이 남아 하루 아침에 임대차법 적용을 받게 된 집주인과 세입자들도 혼란이 가신 것은 아니다. 특히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조건으로 ‘집주인의 실거주’와 ‘손해배상’이 떠오르자,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의 세입자는 불안하다.
실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을 통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월 차임의 3개월 분에 해당하는 금액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 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 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갱신거절로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가운데 가장 값이 높은 것을 내어주면 된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을 지는 의문이다.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와 맞서 싸울 수는 없으니 법을 따르자며 체념하는 집주인도 많다”면서 “어차피 저금리 상황이라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고 말했다.
▶ ‘올릴 만큼 올리자’ 전월세 상승의 비밀…2년 후가 더 문제=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에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57주 연속 상승했다. 전월세상한제로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신규 임대인은 지금 계약을 맺으면 4년 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높이 부를 것”이라며 “이번에 계약갱신을 한 차례 하면 2년 후, 2+2조건을 지킨 매물이 시장에 나올텐데 이 때에도 4년 상승분을 감안해 값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원하는 가격에 살겠다는 세입자가 나타날 때까지 비워두겠다”는 집주인도 나온다. 인기 학군 지역인 강남구 대치동이나 양천구 목동 일대는 전세 매물 찾기도 힘들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동은 전세가 씨가 말랐다”면서 “앞으로는 계약 기간이 4년이 기본이니까 매물이 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규제에 ‘전세난’ 심화될 것=서울 핵심지의 전세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말부터 실거주 규제가 줄줄이 예고돼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없애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 2년 실거주 의무화 ▷민간택지분양가 상한제 최대 5년 거주 의무 ▷장기보유특별공제 시 거주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실거주 강화 시 임대차 매물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역세권이나 인기 학군 지역 등 입지가 좋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는 집주인이 직접 실거주하면서 임대차 매물 찾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세 매물은 점점 부족할 것”이라면서 “매물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주인들도 계산이 복잡하다. 특히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있어, 실거주 요건을 채우고 싶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세입자 계약갱신에 계속 나서야한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이 모씨(48)는 “오랫동안 보유했던 서초구 아파트를 전세 주고 지금 집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갑자기 대출 규제가 되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내 집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면서 “10년 전 집을 사면서, 5년 후엔 들어가 살겠지 싶었는데 들어가 살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연진·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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