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천도론 꺼내자, 세종시 아파트 호가 1억~2억 올라

안준호 기자 2020. 7.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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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엔 하루종일 문의 전화
전셋값 상승률, 전국서 유일하게 1% 넘어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추진 방침을 밝히고, 주요 여권 인사들이 속속 이에 동조하면서 세종시 집값이 출렁이고 있다. 세종시는 집값과 전셋값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지역인데 행정 수도 이전 논란 속에 집값이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새롬동 T아파트 전용면적 85㎡(14층)는 6월 8일 9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같은 층, 같은 면적 매물이 2019년 10월 29일 7억2000만원에 팔렸다. 7개월여 만에 2억원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그랬던 것이 지난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세종시 ‘천도론’을 꺼낸 후엔 이 아파트 호가(呼價)가 11억원까지 폭등했다. 세종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호가도 대부분 1억~2억원씩 올리고 있다. 세종시 주택 수요자들은 수도권에서 이사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대전·공주 등 인근 지역민이다. 현지에선 세종시가 주변을 공동화(空洞化)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뿐 아니다. 정부가 택지 개발을 추진 중인 태릉골프장 주변 집값도 술렁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조율도 안 된 대책을 마구 쏟아내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불 난 집값과 전셋값에 부채질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종시 아파트 단지 전경. / 신현종 기자

22일 세종시 어진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어제는 하루 종일 아파트 매수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며 “평소 20여통인 문의전화가 50여통 넘게 왔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가 최근 온갖 규제를 쏟아내도, 국회 등 행정기관이 이전해 오면 집값 상승 차익이 더 클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세종시 집값은 더 뛰었다. ‘6·17 대책’에서 비규제지역이었던 대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기존 규제지역이었던 세종시와 비슷한 규제를 받게 되자, 대전으로 몰렸던 자금이 다시 세종시로 몰렸다. 지난달 29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1.48% 상승했다. 반면 대전은 0.05%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 ‘천도론’이 나오자 세종시 집값은 날개를 달았다.

세종시 집값이 치솟으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특별공급 분양을 받은 공무원들과 공기업 직원들만 시세 차익을 챙기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집값 잡는다더니 세종시 집값 불 질러 공무원들 배만 불려준다” “공무원 분양이 아니라 공무원 집단 투기”라는 글이 올라왔다.

세종시는 아파트값뿐 아니라 전셋값도 폭등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3일 기준) 전국 전셋값은 0.14% 올랐지만, 세종시 전셋값은 1.36% 치솟았다. 상승 폭도 전주(1.31%)보다 커졌다. 전국에서 전셋값 상승률 1% 넘은 곳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문제는 세종시가 서울이나 수도권 등의 인구 과밀 분산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대전·청주·공주 등 주변 지역 수요를 흡수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국회나 청와대가 세종으로 간다고 서울 등 수도권 시민들이 세종으로 가겠느냐”며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분산 효과는 없이 세종시 집값만 더 올리고, 공주·청주 등 세종시 인근 지역의 공동화(空洞化)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태릉골프장 주변 지역 집값도 출렁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그린벨트 보존 방침을 밝히면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특정해 언급한 태릉골프장 주변 집값도 출렁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태릉골프장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I아파트 전용면적 84㎡는 문 대통령 발언 다음 날인 21일 9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이 평형의 직전 실거래는 지난 13일 7억7000만원(22층)이었다. 일주일 새 1억5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인근 S아파트, Y아파트 등도 호가가 5000만~1억원 정도씩 뛰었다. 갈매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태릉골프장 개발이 확정되면 집값이 더 뛸 것이란 기대감 속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했다. Y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어제만 해도 일주일 전보다 3~4배 더 많은 문의 전화가 왔다”며 “당장 계약을 하겠다고 나서진 않지만 다들 매수 타이밍을 재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태릉골프장 주변 주민들은 “주요 간선도로망이 엉켜 있어 지금도 출퇴근 시간이면 정체가 심각한데, 신도시가 들어서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며 “태릉 골프장에 주택을 지으려면 교통편 확충 계획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도심 고밀(高密) 개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 확실한 공급 대책은 내놓지 않고, 엉뚱한 대책만 거론해 그 주변 지역 집값만 올려놓고 있다”며 “당정청 간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대책은 불안 심리를 부추겨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을 심화시키고,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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