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가구역 묶어놓고.."1년뒤 6억 양도세 낼판"

최재원 2020. 7. 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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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모순'에 세금폭탄 사례
3년전 신월동 청약 당첨돼
20평대 삼성동 집 팔려는데
허가구역 묶여 다주택 신세
"다주택 보유하지 말라면서
못팔게 막으면 어떻게 하나"
정부 상대 법적대응도 검토
"제가 원래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이지만 최근 일련의 부동산 정책들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을 보유하지 말라고 하면서 모순적인 정책으로 선량한 시민을 강제적으로 다주택자로 내몰고 안 내도 될 세금 수억 원을 내라는 게 과연 정상인가요?"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달 말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1년간 사실상 매매를 제한한 가운데 정부 규제 때문에 졸지에 다주택자 신세가 돼 최고 6억원 규모의 양도소득세 폭탄을 걱정해야 하는 억울한 사례 등이 나오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임대차 3법 도입 추진 등 최근 정부의 반시장적 규제로 고통받는 국민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40대 K씨는 2006년 강남구 삼성동 전용면적 59㎡ 아파트(4억5000만원)를 매수해 3년간 실거주하다가 자녀 보육 문제로 서대문구에서 전세를 살던 중 2017년 6월 양천구 신월동 30평형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지난 5월 분양받은 주택의 잔금을 납부(취득)한 그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에 따른 양도세 비과세 혜택(1년 내 기존 주택 처분)을 받으려고 삼성동 주택을 14억5000만원에 팔기 위해 바로 내놨다.

하지만 '6·17 부동산 대책'에서 삼성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갑작스럽게 묶이면서 K씨는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난달 23일부터 1년 동안 반드시 해당 구역 내 실거주 필요 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의 삼성동 주택은 내년 9월까지 전세 임대차 계약인 상태여서 매수자가 실거주를 위해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실상 매매가 불가능한 상태로 K씨로서는 비과세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정부가 7·10 대책에서 규제지역에서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2주택자 기준 62%로 높이기로 한 만큼, 내년 6월 이후 매각하면 양도 차익의 절반이 넘는 6억원가량을 양도세로 내야 할 상황이다. 또 당정이 이달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이 소급 적용되면 어쩔 수 없이 다주택자 신세로 몇 년을 더 지내면서 막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을 더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K씨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세입자에게 이사비와 소정의 사례비를 줄 테니 나가 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지만 세입자도 주변 전셋값이 너무 올라 옮길 수 없다고 해 다주택자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강남구청 등 유관 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씨는 국민신문고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토부는 지난 10일 답변에서 "자가거주용이 아닌 경우 등 실수요가 아닌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토지거래허가 기준에 적합하지 않고 1가구 2주택 예외사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토부 담당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토지거래허가제는 매수자로서는 해당 지역에서 불가피하게 실거주해야 하는 목적이 확인돼야 하는데, 현재 임차인 계약이 남아 있다면 실거주 목적의 매매 거래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맞는다"고 확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과거 나치 독일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시행한 사례가 전무한 제도인데, 이런 제도까지 써야 했는지 부정적"이라며 "선진국들이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은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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