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겁먹지 마세요, 자금 부족한 30대라면 공부해보길"
"경매 감정가는 보통 시세의 95% 수준에서 매겨지고, 유찰될 때마다 20~30%씩 가격이 낮아집니다. 게다가 지금 경매로 나오는 물건은 6개월 전쯤 감정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감정가가 현재 시세보다 저렴할 가능성이 크죠."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난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경매는 어렵다면서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분이 많지만, 시세보다 싸게 내 집을 마련할 방법이 바로 경매"라며 이렇게 말했다. 고 교수는 "최근에는 권리 분석(경매 입찰자가 낙찰 후에 인수해야 하는 권리가 있는지 파악하는 행위)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많아져 도움을 받기도 쉽다"며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30대라면 꼭 경매 공부를 해보길 권한다"고 했다.
신한은행 30년 근무 경력을 가진 고 교수는 민사집행법(경매 절차 등을 규정한 법)으로 동국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매 전문가다. 1994~1999년에는 은행 여신관리부에서 약 2000건의 경매를 담당하며 실제 경매 현장을 경험했다. 2018년 법원 경매 정보를 담은 경매 플랫폼 '신한옥션SA'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유튜브 '고준석TV' 통해 30·4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부동산 교육을 하고 있다.
고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도전하는 실수요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경매는 복잡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꼭 관련 법률을 다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사집행법은 기본적으로 채권자를 위한 법이지, 매수자(경매 입찰자)를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매수자 입장에선 경매로 소멸하는 권리와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권리만 구별할 수 있으면 된다"고 했다.
경매에서 낙찰받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높은 금액을 써 내야 하지만, 자칫하면 시세보다 높게 낙찰받아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적정 입찰가를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 교수는 해당 매물이 나온 지역에 직접 가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즘엔 현장에 가지 않고 모바일로만 시세를 확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면 온라인 호가와는 다른 부분이 꽤 있어요. 관심 있는 물건이 경매로 나오면 그 지역 공인중개업소에 가서 시세와 분위기 등을 알아보는 게 필수입니다."
입찰 경쟁이 덜한 '알짜' 경매 물건을 고르는 방법도 있다. 고 교수는 "겉으로 보기엔 대항력 있는 세입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가짜 세입자'인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매 물건을 찾는 법을 이번 트렌드쇼에서 강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매에서도 결국 부동산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산다 해도 더 이상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손해라는 것이다. 현재는 교통 사각지대이지만 앞으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나 신안산선 등으로 서울 도심과 연결될 곳 등 미래 가치가 있는 경매 물건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하반기 서울 집값에 대해서는 '강보합'을 예상했다. 고 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와 법인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부동산을 팔고 대신 서울의 '똘똘한 한 채'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공급 대책 중 하나인) 3기 신도시나 그린벨트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너무 먼 이야기"라며 "재건축 용적률을 높이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일정 물량이 청년 같은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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