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6·17 부동산 대책 주목할 만한 4가지 포인트
대한민국은 지금 부동산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6월 17일 정부는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내놓았다. 평균적으로 종합 대책이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나왔던 전례에 비춰볼 때 다소 서둘러 내놓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6·17 부동산 대책은 매우 강력하고 다방면에 걸친 종합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6·17 부동산 대책은 애초 전문가가 예상했던 수준을 뛰어넘을 만큼 다양하고 강력했는데,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라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절박함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대책 발표 직후 무주택자나 1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소급 적용 논란, 전세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 박탈 논란, 재건축 의무거주기간 실효성 논란,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 논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상업용 부동산의 자가 사용 논란 등이 다툼의 여지로 남았다.
그렇다면 6·17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해 이번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을 복기하면서 향후 시장을 전망해보자.
포인트 1│규제 지역 대폭 확대
6·17 부동산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다. 먼저 경기와 인천의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 즉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고, 근래 들어 외지인 투기 세력 유입으로 가격 급등세를 보였던 대전과 청주가 새로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다만 김포, 파주, 포천, 연천, 동두천 등 경기 북부 접경 지역과 여주, 이천, 가평, 양평 등 수도권 외곽 자연보전권역은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빠졌다. 당연히 이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6월 22일 기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대책 발표 직전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이 0.02%에 불과했던 김포의 경우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한강신도시를 중심으로 1.88%나 오르면서 전국 최고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사후적 ‘핀셋 규제’의 한계를 보여준 것인데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경기 김포나 파주, 충남 천안 등이 이미 발 빠른 투기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그저 걱정스러울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분위기에 휩쓸려 한발 늦게 뛰어든 사람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역의 대부분이 별다른 개발 호재 없이 단순히 풍선효과에 의존해 상승한 것이기에 정부가 추가 규제지역으로 묶을 경우 단기 급등의 후유증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포나 파주의 경우 지난 10여 년 이상 오랜 기간 과잉 공급, 인프라 미비, 서울 접근성 취약 등 다양한 이유로 투자자에게 외면받아 왔다. 당연히 아파트 가격도 상승은커녕 답보 상태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지역의 경우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의 매각을 고려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포인트 2│전세대출 요건 강화
규제지역 내 대출 요건(전세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강화됐다. 먼저 전세대출을 받은 후 규제지역 내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살 경우 즉각 전세대출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근래 들어 만연하고 있는 전세대출을 활용한 아파트 갭투자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문제는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의 경우 현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그 자금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규제지역 내에선 더 이상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또한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주택 가격과 무관하게 6개월 내 전입할 의무를 부여했다. 무주택자에게 6개월 내 전입 의무만을 부여했다면, 1주택자의 경우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으로 전입할 의무를 부여했다. 문제는 40~50대와 청약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20~30대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정부가 내 집 마련과 자산 증식의 사다리를 없앴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20~30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물론, 자산 증식을 돕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포인트 3│재건축 규제 강화
6·17 부동산 대책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하나는 재건축 규제가 더 강화됐다는 점이다. 재건축을 쉽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비칠 만큼 훨씬 강화된 모양새다. 안전진단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초기 단계부터 재건축 진행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 이를 위해 현장 조사 및 안전진단의 관리 주체를 기존의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했다. 광역자치단체가 주체가 되는 만큼 기존보다 엄격한 잣대를 댈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초기 재건축 단지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조합원의 지위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분양 신청 때까지 2년 거주 의무를 신설했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본격 징수도 예고했다. 하지만 조합원 분양 신청 이전 2년 거주 의무 신설로 재건축 단지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아울러 지역에 따라 전세 매물 품귀로 전셋값 급등도 예상된다.
포인트4│법인 투자 규제
법인을 설립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것을 규제하기로 했다. 그동안 법인 형태로 부동산을 거래할 경우 대출 및 세제 혜택을 크게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개인이 실체도 없는 법인을 만들어 대출받아 집을 샀고 다시 이를 되팔아 적지 않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집값 급등의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지금껏 정부는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법인을 통한 주택 거래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혜택을 소멸시켰고, 규제지역과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법인을 활용한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한 끝장 대책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강력했다. 이로써 한때 유행처럼 퍼져갔던 법인을 통한 주택 거래는 상당 기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요컨대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함과 동시에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갭투자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또한 재건축 초기 단계에서의 규제 강화, 법인을 통한 투기를 어렵게 함으로써 국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6·17 부동산 대책에서는 공급 계획이 빠져 있고,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는 저금리와 부동 자금의 유인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의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쪼록 6·17 부동산 대책의 성공적 연착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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