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대출 축소 날벼락 맞은 '후분양' 입주 예정자들

이택현 기자 2020. 7. 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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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규제 대상자 사정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정황이 또 드러났다.

정부는 비규제 지역에서 구입한 아파트라 할지라도 추후 규제지역에 편입되면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은 강화된 대출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혀 '소급 적용'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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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뚫린 6·17 부동산 대책
5일 오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규제 대상자 사정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정황이 또 드러났다. 정부는 비규제 지역에서 구입한 아파트라 할지라도 추후 규제지역에 편입되면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은 강화된 대출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혀 ‘소급 적용’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 중도금 없이 분양가 대부분(90%)을 일괄 납부해 부담이 훨씬 큰 후분양 아파트에도 일괄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해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결혼 후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의 한 공공분양 아파트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공공분양한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2억6500만~3억22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 입주를 앞둔 614가구 중 상당수가 김씨처럼 신혼부부이거나 생애최초,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 당첨자로 소득 기준으로 치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의 100~120% 이하인 경우다.

그런데 6·17 대책에서 시흥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신규 규제지역의 경우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중도금대출 규제를 기존(LTV 70%)대로 하고 잔금만 조정대상지역 기준인 50%로 하겠다고 밝혔다. 김씨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됐다. 계약금(분양가 10%)을 선납하고 나머지 90%를 입주 시 일괄 납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후분양 아파트에도 선분양 아파트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문제는 김씨가 대출 없이 마련해야 할 자금도 30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껑충 뛴다는 점이다. 김씨는 “소득 기준 다 확인하고 분양받은 사람들이라 대출 조건 10%의 차이가 크다”며 “신용대출을 생각하는 입주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사전에 이 같은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분들은 잔금대출만 있고 중도금은 없기 때문에 잔금대출은 규제지역 지정 기준으로 LTV 비율이 적용된다”며 “(지금까지도) 분양 방식이 다를 뿐 대출 규제는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서 선분양이건 후분양이건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후분양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정확한 대출 조건을 확인하는 과정부터 애를 먹어야 했다. 정부 보도자료에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에 대한 기준만 적혀 있을 뿐 후분양 사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서면은 물론 전화 문의로도 확인이 쉽지 않아 입주 예정자들은 결국 법무사를 통해 정확한 조건을 전해들어야 했다.

정부는 후분양 제도를 독려해 왔다. 높은 시세차익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로또 분양’과 주택의 완성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깜깜이 분양’을 막을 대안으로 주목받자 LH도 후분양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잔금대출 규제 기준이 연일 비판받자 관련 보완 대책을 시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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