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에 대출 막히자 "우리가 투기꾼인가?" 하소연 이어져
“2년 전 당시 비규제지역이었던 용인의 한 아파트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당첨된 무주택자이자 원분양자인 30대 평범한 맞벌이 가정이다. 이번 6.17 부동산 대책 소급 적용으로 계획했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 모자란 돈을 어찌 메워야 할지 막막하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잠재우고 무주택자, 1주택자 가정에 안정적인 주택 마련을 위하는게 아닌가. 저희 같은 가정을 투기 세력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가.”
“안산에 살고있는 무주택자다. 혼자 애들키우며 힘겹게살다 애들이 직장을 다니니 월세로 사는것보단 융자받아서 열심히 갚으면 되겠다는 판단에 빌라를 찾으러 다녔는데, 안산단원구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서 융자가 안나온다더라. 1억~2억원 조금 넘는 집을 사는데 투기지역이라니…우리같은 서민은 평생 월세로 살아야 하는가”
정부가 6.17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자 30대 서민층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인터넷 카페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6.17 대책 이전 계약자들에게 적용 된 소급적용을 철회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규제지역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갑자기 주택 대출이 줄어드는 바람에 낭패를 겪고 있다는 서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
5일 정부와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에 개설된 한 카페에는 정부의 6.17 대책의 소급적용을 받아 아파트 잔금 대출이 막혔다는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설된 이 카페에는 회원수가 벌써 8400명을 넘겼다. 이 카페는 최근 인터넷 포털에 6.17 대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실시간 검색어로 올리는 등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대책이 발표되기 전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해당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편입되거나 규제 수준이 격상되면서 잔금 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갑자기 낮아져 모자란 금액을 급히 메꿔야 하는데 대책으로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며 막막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비규제지역에선 70%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50%, 투기과열지구에선 40%로 낮아진다.
자신을 결혼 8년 차 주부라고 밝힌 사람은 “무주택 실수요자에 신혼부부이고 다자녀 가정이다. 국민임대에 있다가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2018년 평택에 있는 2억4000만원짜리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해 8월 입주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잔금에 이사비까지 딱 맞춰놓고 있었지만 6.17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대출이 4000만원 줄어들었다. 모자란 금액을 신용대출이라도 해달라”고 말했다.
신혼부부라고 밝힌 한 카페 이용자는 “현재 사는 집을 처분하고 부족분은 대출을 받기로 하고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6.17 대책으로 대출이 막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앞으로 중도금과 잔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받은 계약금과 낸 계약금을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다. 저희가 진정 투기꾼이 맞느냐”고 말했다.
이 카페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게시판도 개설해 둔 상태다. '소급만 빼면 좋은정책이라'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서는 "2018년도 비규제일때 계약하고, 2020년도에 법만들어 2018년도 계약을 무효화시키면 거래는 물론 계약질서를 뒤흔드는 사회교란행위이자 법치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행위가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부는 “규제지역 신규 지정에 따른 중도금대출 등 집단대출에 대한 LTV 적용 기준은 그동안 일관되게 운영됐고, 6·17 대책에서도 기존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이나 경기도 분당, 과천 등지와 같이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자금 여력이 있는 지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천만원 급전에도 허덕이는 서민층이 많은 곳이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관련 긴급 보고를 받을 때도 6·17 대책의 보완책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부동산 정책 지시에는 서민층의 청약 기회 확대를 위한 특별공급제 개편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있지만 기존 6·17 대책 보완 방안은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긴급 보고에서 6·17 대책에 대한 보완 내용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 정도로만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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