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업체 위기감..'소통' 안하는 정부 아쉽다"
21번의 부동산대책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집을 사거나 파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집을 짓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집을 짓는 사람들은 부동산대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다.
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현 정부는 주택정책을 끊임없이 내놓으면서도 정작 주택업계와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다”며 “최근에도 국토교통부에 여러 번 면담 요청을 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취임 3년을 넘긴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후 주택업계와 딱 한번 만났다. 취임 98일째 되던 2017년 9월이었다. 당시에도 취임 2주 만에 업계 간담회를 가졌던 전임 장관과 비교되며 소통 부족이 지적됐지만 그나마도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 만난 박 회장은 업계의 어려운 현실만이 아니라 소통조차 할 수 없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회원사들의 요구사항은 넘치는데 청와대도 국토부도 묵묵부답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주택업계 대표가 된 그를 만나 지방 주택건설업체들이 직면한 상황을 들어봤다.
-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실거주자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시 실거주 의무, 기존주택 매각 기간 강화, 재건축조합원 주택분양 거주요건 도입 등은 과도해 보인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 현상은 투기수요 때문 만이 아니라 1500조 원에 이르는 시장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에 기인한 것이다. 3기 신도시 및 2차 공공토지비축종합계획 보상금 지급이 시작되면 유동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부작용이 많은 규제 기조를 과감히 버리고 풍부한 시장자금과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해 주택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주거 지원으로 집값 안정을 유도하는 정책전환이 시급하다.
-문 정부 들어 고강도 규제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거시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바닥 경제의 근간인 부동산시장을 옥죄어서는 어떤 경제회복 정책이라도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시장의 연착륙과 양극화 해소가 절실하다. 정부가 민간주택시장에 대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다. 시장이 수급원리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동해 현재 왜곡 현상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공급확대가 빠진 규제강화는 오히려 규제 미적용 지역으로 투기가 쏠리는 풍선효과를 부를 수 있다.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방 주택업계의 상황은 어떤가.
▶지방 시장이 급랭 조짐을 보여 중소 향토주택업체들의 경영악화가 현실화됐다. 최근 국토부 통계에서도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이 3만8000여 가구고 90% 정도가 지방에 몰려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 주택업체들은 대형사와 달리 주택사업에만 전념하고 있어 주택시장이 침체 되면 경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지방 미분양 증가가 연체료 상승, PF 부실 등 금융 리스크로 전이되면서 지역 주택업계의 연쇄 부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택업계의 몰락은 이사업‧중개업 등 연관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지역경제의 위기로 직결된다.
-대형건설사들도 지방 곳곳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광주나 울산 등 지방도시의 알짜배기 도시정비사업에 대형건설사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향토주택업체가 대부분인 협회 회원사들은 사실상 자금력, 조직력, 브랜드 선호도 등에서 대형사와의 경쟁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방 주택업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택지개발이나 도시정비사업 중에서 일정 부분을 지역 소재 업체에 할당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국내 주택사업보다는 다양한 해외건설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집값을 안정시키면서 지방 주택건설업체의 경영난은 완화 시킬 방법이 있을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는 차별화된 주택정책을 펴야 한다.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지방광역시 전매제한 강화방안은 재검토가 시급하다. 철회 되거나 힘들다면 일정기간 유예라도 꼭 필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 재시행,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한시적 감면 재시행, 취득세‧거래세 감면 등도 필요하다. 지방은 잔금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배제해 중금 대출 전액을 잔금으로 전환해주는 조치도 절실하다.
-이번 정부는 건설투자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인 것 같다.
▶3차 추경까지 가는 상황에서도 별도의 건설협회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회의에도 건설단체장은 못 들어갔다. 건설업은 전체 국내 총생산량의 17% 정도를 차지한다. 무시하고 갈 산업이 아니다. 건설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철근 시멘트 가구 이사 중개 등 유관 산업도 많다. 아파트가 하나 지어지면 300여개의 제조기지가 돌아가는 거다. 실직자가 많고 노동이 죽어있는 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은 건설이다. 정부도 그것을 모를 리 없을텐데, 철학에 의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지방 주택업체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은.
▶주택건설공사 감리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는 시공 및 품질·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감리자의 고의나 과실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감리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또 사업주체가 감리자에게 효율적 감리업무를 위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어렵다. 승인권자를 대행하는 감리권자가 불이익을 줄 수 있어서다. 부실감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사업주체가 감리자 업무수행에 대한 경과보고 등을 정례적으로 승인권자에게 제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현실화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형건설사는 분양을 주로 하지만 중소 주택업체는 임대주택 사업이 많다. 그런데 임대주택 기본형 건축비가 분양주택의 62% 수준에 불과해 사업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일반 아파트 건축비는 1년에 두 번씩 오르는데 임대주택은 15년 동안 2번밖에 안 올랐다. 2016년 6월에 2008년 12월 대비 5% 인상된 게 마지막이다. 서민 임대료 부담 때문에 인상이 미뤄지면서 지금은 차이가 너무 커졌다. 최소 2008년 12월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16.2%) 수준까지는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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