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준엔 고위직 3명 중 1명이 투기꾼" 부동산 혼란

세종=전성필 기자 2020. 6. 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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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장대로라면 고위 관료 3명 중 1명은 투기꾼인데."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각종 규제를 통해 보호하려는 '실수요자'의 개념 규정에 혼선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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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실거주자만 실수요자" 청와대 "무주택자도.." 인식차이


“정부 주장대로라면 고위 관료 3명 중 1명은 투기꾼인데….”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각종 규제를 통해 보호하려는 ‘실수요자’의 개념 규정에 혼선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실거주자’가 아니면 무주택자도 실수요자가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청와대는 1주택자도 실수요자로 볼 수 있다는 식이다. 정부가 정책 대상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28일 방송에 출연해 “재건축은 본래 자기가 사는 집의 주거 환경이 나빠졌을 때 개선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분이 투자 목적으로만 집을 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재건축조합원들에 대해 2년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 바 있다. 박 차관의 이런 발언은 국토부가 부동산 실수요자를 실제로 구매한 집에 사는 ‘실거주자’로 봤다는 뜻이다. 반대로 무주택자나 1주택자라 하더라도 실제로 거주할 집을 사지 않는다면 투기로 봐야 한다는 ‘정책적 개념 정의’를 내린 것이다.

앞서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세로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는데 추후 노후를 위해 경기도 수원 광교의 집을 사려고 한다면 실수요가 아닌 투자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노후 등에 대비해 현재 거주지와 다른 곳에 미리 집을 구입하려는 행위는 실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청와대는 실수요자의 개념을 보다 폭 넓게 정의한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실수요자 보호다. 규제로 인한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까지 실수요자로 볼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국토부 정의에 따른다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 외에 집을 가지고 있는 정부 고위 관료도 투기세력이 된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지난해 말 기준 정기 재산변동 현황에 따르면 정부 고위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장 등 재산 공개가 의무화된 750명 중 248명이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다.

가령 청와대에서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83.7㎡)와 세종시 소담동 아파트(59.9㎡)를 보유 중이다. 그는 관보를 통해 “서울 근무가 계속돼 세종 아파트에 아직 입주하지 못했다.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의 취지를 감안해 실거주한 뒤 매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점의 거주를 기준으로 할 경우 윤 비서관이 투기 혐의를 받지 않으려면 세종 아파트를 당장 팔아야 한다. 관보 설명에 따르더라도 실수요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종 아파트로 이사하는 동시에 서울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 추후 서울에 거주할 것이라 판단해 서울 아파트를 둔 채 세종 아파트에 일정 기간 거주한 뒤 이를 매도하면 ‘투기’가 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가 규제 대상과 보호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땜질식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무주택자, 1주택자까지 잠재적 투기 수요로 보는 등 실수요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혀 정책을 펼치다 보니 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대책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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