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수천만원씩.. 6·17대책이 집값 더 불질렀다

정순우 기자 2020. 6.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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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직격탄 맞은 고양·수원도 전주대비 아파트값 상승폭 커져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경기도·인천 등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이 대책 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 규제가 무색하게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됐거나 규제 강도(强度)가 높아진 곳 대부분 상승 폭이 커졌고, 규제에서 빠진 지역은 폭등했다. 이를 두고 "아직 정부 대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반면, "정부 대책이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6·17 대책 비웃듯 경기·인천 집값 급등

2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값은 일주일 동안 0.28% 올랐다. 6·17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주(0.18%)보다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서울은 0.06% 오르며 전주(0.07%)와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지만 경기(0.39%), 인천(0.34%)은 급등했다.

규제지역에서 빠진 김포는 일주일 사이 아파트값이 1.88% 급등했다. 전주(0.02%) 대비 상승률이 90배가량으로 커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었지만 김포·파주 등 접경지역은 제외했다. 대책 발표 직후 김포에서는 신축 아파트 투자 문의가 쏟아지고, 매도 호가(呼價)가 수천만원씩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김포 운양동 '한강신도시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대책 발표 전 4억3000만원 수준이던 호가가 대책 후 5억원으로 7000만원 뛰었다.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도 집값이 오히려 더 올랐다. 고양은 0.23%에서 0.41%로 상승 폭이 커졌고, 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규제 강도가 격상된 수원도 0.26%에서 0.5%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안산(0.74%), 구리(0.62%), 평택(0.56%), 광주(0.49%), 용인(0.38%), 오산(0.38%), 화성(0.36%) 등도 지난주보다 더 큰 폭으로 집값이 뛰었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가 된 안산 단원구 '안산레이크타운푸르지오' 84㎡는 대책 발표 직전 6억78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 매도 호가는 그보다 6000만원가량 높다. 인천에서는 연수(0.53%), 부평(0.59%), 서구(0.39%)가 급등했다.

지방도 상황은 비슷했다.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대전은 0.75% 올랐다. 전주(0.85%) 대비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다. 충북 청주(0.46%)는 상승 폭이 전주(1.08%) 대비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과열 양상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0.22%)으로 올랐다.

"대책 효과 아직" VS "더 오를 것"

한국감정원은 이번 집계 결과에 대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했지만, 규제지역 지정 효력이 발생한 19일 이후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효과가 통계에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규제 강화 직전 수요가 몰려든 영향이 이번 통계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정부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앞으로 수도권 집값 과열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이번 부동산 대책은 법인을 활용한 주택 매매나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잡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최근 집값 상승을 견인한 대다수 실수요자는 별 영향이 없다"며 "시중 유동성은 넘쳐나는데 정부 규제까지 나오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이 변수

전문가들은 향후 집값 추이의 주요 변수로 전셋값을 꼽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강화되며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에는 아파트 소유자의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이 많아 중장기적으로 전셋집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봐도 전셋값은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이번 주 수도권 전셋값은 0.17% 오르며 5월 초(0.05%) 대비 상승 폭이 3배로 커졌다. 경기도(0.23%)의 상승세가 특히 가파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은 7월 중순까지 집값 관망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전세 수요가 급증하는 가을 이사철이 되면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 가격도 밀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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