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 1주일] 대치동 집주인 "계약 끝나면 집 빼라".. '학군 전세' 학부모들 멘붕

이춘희 2020. 6. 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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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막차 수요로 매매 신고가 쏟아지더니 문의 뚝
실거주 규제 겹친 재건축 단지
전세시장 대혼란 예고
전문가들 "전세공급자는 다주택자, 매물 줄어들 수밖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전날인 22일까지만 해도 매매 문의로 전화통에 불이 났다. 23일부터 바로 끊겼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 대표)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직접 들어가 살겠다는 집 주인이 많아졌다. 재건축 2년 실거주 부담이 큰 듯 하다."(강남구 대치동 C부동산 대표)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우려했던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는 제도 시행 전 '막차'로 신고가를 기록한 실거래 신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실거주 규제까지 겹친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이 인근 전세 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오히려 집값 상승에 전세시장 불안까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7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이후부터 규제 시행 전날인 22일까지 6일간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21㎡(전용면적)는 35억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해당 평형 역대 최고가다. 지난 3월 32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이나 뛰었다. 이 단지에서는 같은 날 145㎡의 경우 36억원에 거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 까지 회복됐다.

삼성동 래미안1차 181㎡ 28억원(17일),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84㎡ 28억1000만원(18일), 잠실동 엘스 84㎡ 21억7000만원(18일), 대치동 래미안대치하이스턴 110㎡ 25억5000만원(20일) 등 거래허가구역 곳곳에서 최고가 거래가 확인됐다.

이 같은 열기는 규제 시행 이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였던만큼 시행 이후 일단 진정되는 국면이다. 잠실동 A공인 대표는 "거래허가 시행 전날까지만 해도 문의가 물밀 듯 쏟아졌는데 23일부터는 뚝 끊겨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거래허가제 대상이 아닌 역삼동 매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세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학군 수요가 많은 대치·잠실동 일대에서는 전세나 반전세에 대한 문의가 높아지고 있다. 잠실동 B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규제 지역이 주거선호도가 높은 지역이었는데 매매가 어려워진 데다 집을 새로 사려면 이유까지 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전세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에다가 2년 실거주해야 조합원 분양이 가능토록 하는 겹규제가 더해진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재건축 대기 단지는 주택 노후화로 인해 낮은 전세가율이 형성되는 데 비해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전세 수요가 많은 편이다. 특히 대치동 은마 아파트는 인근 대치동 학원가 등 자녀 교육을 노린 '학군 전세'까지 겹쳐 인기가 높은 단지다.

대치동 C부동산 대표는 "매매와 달리 전세는 계약기간이 있다보니 당장 집을 빼라거나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계약이 끝나는 대로 들어가서 살겠다는 집주인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대치동 D부동산 관계자도 "안 그래도 자녀 교육으로 인한 수요가 많은데 전세 가격은 저렴해서 전세가 귀한 단지였는데 더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가 쏟아지며 1년 가량 이어진 전셋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 실거주 규제가 전세주택의 공급 위축으로 이어져 전세가격이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해 7월 이후 5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매매시장이 침체를 보일 때도 전세시장은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지금 정부가 전세 시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세 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는 건 다주택자인데, 오히려 실거주를 강제해 매물을 줄어들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서울 신축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정된 만큼 전세난이 더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반기마다 급감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2만3675가구였던 서울 입주 물량은 하반기에는 1만7929가구로 1만 가구대로 떨어진다. 이어 내년 상반기 1만3080가구, 하반기 1만960가구로 지속 하락세를 나타낼 예정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의 입주량이 눈에 띄게 감소되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인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느는 등 전세 매물이 줄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임차인 등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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