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주택' 잡고 '지금주택' 놓쳤다..김현미 '3년 성적표'

권화순 기자 2020. 6. 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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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 관련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미래 주택은 잡았지만 지금 주택은 놓쳤다."

지난 2017년 6월 국토교통부 장관에 올라 취임 3년을 맞은 김현미 장관의 성적표를 요약하면 이렇다. 김 장관은 3기 신도시와 주거복지 로드맵 등을 통해 서민·청년을 위한 '미래주택'은 보여줬지만 서울 아파트 등 '지금주택'을 안정화시키지는 못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 내각 때 임명된 최장수 장관(강경화·박능후 장관) 3명 중 한 사람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나 다름없다.

문 정부 취임 후 스무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도 서울 집값은 10% 가까이 올랐고 풍선효과는 지방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한 스물한번째 대책이 마지막이 될지도 미지수다.

강남 아파트 잡겠다더니 10% 급등..중간값은 5억->8억으로 55% 올랐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김 장관이 취임한 지난 2017년 6월 23일 이후 지난 15일까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9.75% 상승했다. 서울 강남권역은 10.30% 올랐는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강동) 가운데 송파구가 14.40%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값을 따라 수도권도 뛰었다. 3년간 경기도 용인 수지(24.99%) 수원 팔달(28.54%) 구리(33.70%)와 대전(22.57%) 등이 20%대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 중간값을 의미하는 '중위가격'은 이 기간 5억3732만원에서 8억3410만원으로 3억원 올랐다. 상승률 55.2%이다.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집계 기준의 중위가격은 올해 9억원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평당(3.3㎡) 매매값은 2225만원에서 3446만원으로 3000만원을 넘어섰다.

김 장관이 취임사에서 수치까지 언급하며 우려한 강남 아파트값도 상황은 이와 다르지 않다. 강남 아파트 '대장주'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해 평당 1억원을 돌파했다. 3년 전인 2017년 6월 27일 84㎡ 실거래 가격이 20억9000만원(21층)이었다. 지난달 23일 같은 면적 19층이 3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3년간 10억원 오른 셈이다.

김 장관은 8·2 대책(2017년) 9·13대책(2018년) 12·16 대책(2019년) 등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다. 최근 6·17 대책까지 포함해 21번째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집값에 '브레이크'를 거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잦은 규제로 인한 내성, 풍선효과 등으로 서울 중저가 아파트와 지방 아파트값이 동시에 오르는 부작용도 낳았다.

'전월세 폭등' 문제를 취임 초기 언급했으나 3년간 전세제도 개선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 전셋값은 50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이었지만 3년 내내 제자리를 맴돌았다.

물론 주택담보대출 연 1%대의 초저금리 시대,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정책을 펴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부동산 대책엔 세제, 대출 등 다른 규제도 망라해야 하는 만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국 '키'를 쥔 '선장'은 김 장관이다. 그에게 '냉정한 평가'가 집중되는 이유다. 최근 갭투자 대책으로 발표한 6·17 대책으로 '반전'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3기 신도시·주거복지 로드맵.. 서민·청년 '미래주택'은 잡았다
미래주택 정책에 대해선 김 장관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취임사에 밝힌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는 기본 철학을 착실히 실행에 옮겼다. 정부 출범 직후 지난 2017년 11월 마련한 '주거복지 로드맵'이 대표 성과다. 역대 최고 수준의 공공임대 공급과 전월세 자금, 주거급여 등을 지원했다. 주거 안전망 상징 지표인 공공임대 재고율이 2016년 6.4%였으나 연내 선진국 평균 수준인 8%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5년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240만 가구 공급해 재고율을 10%까지 끌어 올리기 위한 세부 방안도 마련됐다.

미래주택을 위한 '씨앗'도 심었다.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을 위한 3기 신도시 계획은 김 장관이 일산의 본인 지역구를 포기하면서까지 공을 들였다. 동부권의 남양주 왕숙(6만6000가구) 하남교산(3만2000가구)과 서부권 인천 계양(1만7000가구) 고양 창릉(3만8000가구) 부천 대장(2만가구)까지 지구 지정을 최근 완료하는 등 속도를 내는 중이다.

'타다 금지법'으로 논란이 된 '모빌리티 혁신법' 제정에도 김 장관의 역할이 컸다.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가 제도권에 안착·성장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차 등 국토교통 산업혁신과 함께 장기간 지연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계획수립 등 철도 인프라 확충도 김 장관의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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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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